'영향력 있는 목소리'에 관한 몇 가지의 비결
어느 사회집단에서건 나의 말소리가 무미건조한 신호에 머무는 경우,
그것이 의도한 게 아니라면 당연히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런 영향력도, 의미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사회 속에서 목소리에 대한 중요성이 유독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에는 판매 수입입니다.”, “다음은 이익을 창출하는 경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_(&..."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경쟁 PT에서 강조점 없이 발성이 약한 목소리로 내용을 구사하는 경우, 성과 역시도 미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효율적인 전달 면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 훈련을 할 때는 우선 기본기를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음성적 측면은 스피치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데, 발표자의 목소리의 톤이나 크기와 같은 부분은 스피치의 물리적인 측면을 담당하는 것.
또한 목소리는 단순히 아이디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자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한단 점에서 흥미롭다. 발표자가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또 ‘어떠한 감정 상태에 놓여 있는가’와 같이 목소리는 의외로 많은 이미지와 정보를 제공한다. 청중에게 의도한 바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신뢰 있는 목소리, 혹은 변화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발표해야 하고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내게는 마법과 같은 졸음 타임이 있었다. 선생님께는 매우 죄송하지만, 다름 아닌 과학 시간이었다. 밥을 먹고 난 직후인 오후 1교시가 특히 그러했다. 중3 때 과학시간과 비교해 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그때의 나는 과학시간에 조는 법이 없었다. 차이점은 선생님의 스피치가 서로 극과 극으로 달랐다는 것.
전자에 해당하는 과학선생님은 항상 허공이나 교실 맨 뒤편 쓰레기통 정도를 응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듯 수업을 진행했다. 끼 많은 학생들이 자주 그의 성대모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따라 하기 쉬운 한결같은 톤과 무미건조한 표정이 선생님의 트레이드마크. (생각해 보니, 이 또한 그의 영향력이리라)
후자의 선생님의 수업은 다이내믹 그 자체였다. 수업 내용에 몰입이 되지는 않아도 절대 졸 수가 없었다. 그는 항상 한 손에 기다란 지휘봉(약간의 공포)을 쥐고 있었고, 내 옆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수업 내내 쉬지 않고 걸어 다녔기 때문이다. 작은 체구이지만 목소리가 참 우렁찼고, 경청하지 않는 학생은 수시로 지목하여 귀를 찌르듯 농담과 질문을 던지곤 했다.
나는 대학 입시 때 과학 과목과 더불어 자연계열 과목을 제외한 점수로 합격을 했었고, 아직도 여전히 '과학'이라는 단어는 멀게만 느껴진다. (과포자) 그래도 중학교 3학년 때 과학선생님만큼은 늘 내 기억 속 한편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때 배운 내용들은 거의 삭제됐지만, 그의 목소리와 생기 넘치는 표정만큼은 잊히지가 않는다. 정말 정말 비언어와 목소리 표현이 중요하긴 한 것 같다.
배우 이선균, 하정우, 안성기, 아나운서 이금희, 이영애 등등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손꼽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 단순히 음성이 '미성이다', '편안하다' 등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다양한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스피치는 물리적 소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이다. 따라서 실행 과정의 가장 기본이 목소리. 목소리가 좋아야 스피치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데, 이때 좋은 목소리란 타고난 목소리가 미성이어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타고난 목소리와 상관없이 스피치에는 적합한 목소리 개념이 존재한다.
우선 자신의 콘텐츠나 아이디어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목소리와 발음의 분명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목소리는 단순히 아이디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양한 감흥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첫째 확신에 찬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다. 확신에 찬 목소리는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려있다. 스스로가 하는 말을 진정으로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한다. 이때 힘을 싣는다는 뜻은 마치 웅변처럼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것과는 다르다. 작고 낮게 말하지만 힘이 있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높고 크게 말해도 힘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있다. 이것을 구분 짓는 차이는 청중의 확신 정도에 달려있다. 확신에 찬 목소리의 이미지가 아닐 경우 청중은 좀처럼 연사의 말속으로 이끌려 들어오지 않는다.
둘째 음량이 조절되는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다. 청중은 늘 자신감 있고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발표자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에 위축되어 잔뜩 긴장하거나 주눅이 든 발표자를 보면 감정몰입을 하며 함께 불안해지고야 만다.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단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크게 발성해야 할 곳에서는 최대한 크게 연출해야 한다.
목소리가 가늘거나 찢어지는 음성이라든지 깊은 소리가 아닌 얕은 소리를 내면 청중들은 그 발표를 오래 집중해서 듣기가 힘들어지므로 발성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난 뒤 꾸준한 적용 훈련이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약한 목소리를 타고난 사람이라면 아랫배로 소리를 내는 훈련을 쌓음으로써 목소리에 힘을 기를 수 있다. 항상 몸을 바로 세우고 아랫배에 힘을 주는 연습을 한다면 누구나 울림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한편으로 개인적이거나 좁은 장소에서의 소통이라면 당연히 그에 맞게, 또는 상대방의 성향에 맞추어 목소리를 약하게 낮출 수도 있어야 한다. 때와 장소, 그리고 청자에 따라 목소리를 조절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소통 고수가 되는 지름길!
셋째 발음이 분명한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다. 대중 스피치를 할 때는 대화를 할 때보다 발음을 더욱 명확하게 구사해야 한다. 대화를 할 때는 말끝을 흐리더라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지만 발표를 할 때는 문장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분명하게 발음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장의 끝에 힘을 주라는 것은 아니다. 억양은 대화하듯이 하되 끝까지 신경을 써서 발음하면 된다.
급하게 발음하거나, 콧소리를 내듯 말한다거나 지나치게 흥분해서 숨찬 음성을 내게 되면 발음은 불분명해진다. 따라서 여유를 가지고, 깊은 목소리를 내며,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