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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Feb 25. 2021

내 몸이 말하고 있는 나

본의 아니게 뻣뻣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면...


10대 시절 나의 자세는 한마디로 '구부정'이었다. 키는 큰 편이었지만 허리에 힘을 주거나 어깨에 힘을 주는 일이 별로 없었고, 고개는 자주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아마도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그런 나의 모습에 그저 내성적인 친구라고 판단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의 자세는 기억하기로 '후들후들'이었다. 힘 있는 자세를 취하려 무던히 노력했지만 역시나 '담담한 척'을 하려니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고, 잔 움직임이 스스로도 거슬릴 정도였다.       


정말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반듯한 자세'를 가질 수가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오랜 과정과 훈련 속에서 내 몸을 잡아준 참스승은 인터넷이나 책이 아니라, 바로 나의 변화된 내면이었음을...







말하는 이의 자세는 그의 정신적 준비 상태와 침착성을 반영한다. 자세가 바르고 굳건하면 그가 정신적으로 잘 준비되어 있으며, 침착하단 이미지를 나타내지만 자세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기대는 듯한 삐딱한 이미지는 긴장이 없으며 해이함을 반영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정신적 준비 상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너무 꼿꼿이 서게 되면 말하는 자신도 불편하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도 불안해진다. 따라서 바르고 굳건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가능한 한 편안하게 서야 한다. 한마디로, 대중 앞에서 말하는 자세는 편안하되 풀어지지 않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   

    

대중 스피치에도 기본자세가 있을까?

대중 스피치,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말하기의 기본자세는(서 있는 경우)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체중을 양발에 균등히 준 상태에서 허리와 어깨를 펴고 고개를 바로 든 자세이다. 이때 몸에 너무 힘을 주게 되면 표정까지 이상해질뿐더러 경직된 모양새가 될 수 있으므로 심호흡과 함께 자연스러움을 유지해 보자. 몸무게를 한쪽 발에만 싣고 삐딱하게 서있는 자세, 체중을 발가락이나 발뒤꿈치에 실어 앞이나 뒤로 기울어진 자세, 두 손으로 탁자를 짚는 너무 편안한 자세나 호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는 등의 권위적인 표현도 피해야 한다.


유튜브 촬영과 같이 1인 미디어 스피치를 준비하는 경우는 대개 앉아서 반신이나 밀착형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기본자세로써 정해진 가이드는 없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 너무 뻣뻣한 태도보다는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이제 막 1인 미디어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힘을 빼거나 어깨를 구부리지 않도록 미리 촬영 리허설을 통해 이미지를 체크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인상을 형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초 이내. 누군가가 당신을 팔로잉을 결정하는 속도도 그 못지않게 빠를 테니까 말이다.        






자세의 변화는 언제 주는 것이 좋을까?

프레젠테이션이라든지 대중 스피치를 실행할 때, 시작부터 끝까지 기본자세로 일관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육체적인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청중이 단조로움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간이 자세를 바꾸는 것은 화자에게나 청자에게나 모두에게 이로운 일. 때로는 체중을 한쪽 발에 더 많이 실어둘 수도 있으며, 때로는 한 발을 약간 앞으로 내딛는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 자세는 기본자세에서 너무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또 기본자세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그 모습을 지속하는 것도 좋지 않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세를 바꾼 경우에는 불편함이 어느 정도 없어진 후에, 단조로움을 깨뜨리기 위해 자세를 바꾼 경우에는 변화의 즐거움을 어느 정도 느낀 뒤 다시 기본자세로 복귀하는 습성을 기르는 것이 좋겠다.     


자세를 너무 재빠르게, 혹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의도가 없다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 몸무게를 이쪽저쪽으로 옮기거나 상체나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하는 움직임은 청중의 눈을 거슬리게 만들어 내용 전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므로 유의하자.





걸으면서 말하면 어떠할까?

발표나 대중 강연, 연설 실행에서의 몸짓은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것이 관건이다. 몸을 지나치게 움직이고 흔들고 워킹을 많이 줘서는 안 된다. 특히 별 이유 없이 단상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 금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청중이 발표자를 응시하기 위해 함께 몸을 튼다거나 고개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오므로 성가심을 느끼게 되고, 앞자리 사람들은 특히 발표 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스피치에서의 워킹은 멋이 아니라 의도적인 장치로써 존재해야 한다는 것.



시스코 CEO인 존 챔버스는 평소 전략적 움직임을 주는 연설로써 많은 감흥을 주었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몰입과 집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챔버스는 발표를 하면서 청중 사이를 전략적으로 돌아다니는 식의 워킹을 하곤 했는데, 무대에서 보내는 시간은 초반 1~2분에 불과하다. 그는 인사말을 마친 뒤 바로 청중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어깨에 손을 얹기도 한다.    그는 슬라이드 내용과 말할 내용을 완벽히 꾀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전략적 움직임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챔버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당신도 놀라운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연습하고 몸짓 또한 훈련이 우선임을 잊지 말자.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개인 코칭은 대개 내용 구성 준비, 촬영 실습, 그리고 피드백 순서로 진행이 된다. 혼자 집에서 연습을 하는 경우에는 촬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나의 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써 관찰하는 작업은 정말로 중요하다.


'내가 이렇게나 몸을 흔들어?' , '스텝을 밟으면서 말하네!', '눈은 왜 이렇게 자주 깜빡이지?', '어깨 한쪽이 쳐져서 반듯하지가 않군!', '표정이 없네... 없어...'   


훈련이나 연습 없이 처음부터 화면에 멋지게 나오는 사람은 없다. 아마 유명 유튜버들도 첫 영상을 촬영할 땐 스스로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남 앞에서 말하는 기회'가 없을 거라 장담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혹시 모를 인생의 기회를 위해 나의 스피치를 촬영하며 연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앞서 말했듯 내면의 단련  또한 함께 수행하면서 말이다. 비단 발표가 아닌 대화에서도 나의 자세는 무언의 메시지가 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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