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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May 18. 2020

외모가 중요할까 목소리가 중요할까?

매력적인 비언어,  목소리에 관한 6가지 재료 이야기


"사람이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은 나이, 신분, 직종을 감춘 채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스타를 알아맞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지난 방송에서 '체대 오빠'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했던 트로트 가수 나태주 씨는 개인성이 담긴 목소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국 노래자랑'하면 송해, '아침마당'하면 이금희!
1998년부터 18년간 '아침마당'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해 화제를 모았던 아나운서 이금희 씨는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가 팬덤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침마당 하차가 예고됐던 당시에는 뿔이 난 애청자들로 하여금 하차 반대의 글이 게시판 도배가 될 정도로 커다란 이슈였다. 그녀는 여전히 '친근하고 따스한 목소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서 군림하는 중이다.


           


잘 알아듣게 말하는 것과 상대방을 몰입하게 만드는 말하기. 둘의 특징은 분명히 다르다. 

요즘 1인 미디어를 살펴보면, 전자보다 후자의 특징이 유독 눈에 띄는 매체 유형임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굉장히 많은 호감을 얻거나 이상적인 진행력으로써 손꼽히는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비언어 요소들을 바탕으로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어 진다.






"목소리도 비언어였구나!"

"비언어? 뭐 손짓 발짓 이런 거 아니야?"

 '비언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생김새나 보이는 측면에서의 움직임 등이 중요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  목소리의 영역이 생각보다도 커다란 효과를 지닌 비언어라는 사실을 금세 느껴볼 수 있다.


'염불 외듯 한다'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비유는 목소리의 중요성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중얼거리는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끼기는커녕 외모까지도 반감되는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의 비언어적 매력은 시각적인 요소로만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깡'신드롬,  비의 비언어는? 파워풀한 퍼포먼스, 매력적인 음성이 유일무이 '비급' 감성을 형성했다



때로는 매력적인 목소리가 작용하여 더욱 주목을 받고, 준수했던 외모가 한층 더 빛나 보이는 배우들도 있다.  먼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한석규 씨는 본래 성우로 활동했던 이력이 알려지면서 '아~ 어쩐지~~'라는 매력에 대한 이해를 더해준 케이스. "봉골레 파스타 하나~" 성대모사의 상징이 된 이선균 씨는 외모, 연기력뿐만 아니라 목소리가 한몫을 단단히 차지하는 배우다. 출연작마다 시청률을 몰고 다니는 데다 최근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에서까지, 그야말로 '선균 is 뭔들' 필모그래피를 선보인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만드는 6 가지 재료

청각적인 의사소통 행위는 언어 자체의 영역은 아니지만, 언어에 준한다는 의미에서 부(附) 언어, 준(準) 언어, 음성언어라고도 불린다. 이렇듯 준언어 혹은 유사 언어라고 지칭되는 목소리는 언어의 영역 중에서 내용 부분을 제외한 전달 도구로서의 음성적 속성을 뜻한다.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부터 시작해서 '높다, 낮다, 맑다, 탁하다' 등으로 피드백하곤 하는데, 전문적으로 파고들어보면 음성언어는 속도(rate), 쉬기(phrasing), 크기(volume), 힘주기(emphasis), 높이(pitch), 길이(duration) 이렇게 총 여섯 가지 요소로써 구성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위의 6가지 요소들을 적절히 선택하여 연출할 수 있어야 지루함을 피하고 매력적인, 혹은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이쯤 되면 우리말을 멋지게 구사한다는 것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프로에 속하는 성우, 아나운서, 전문 MC들은 타고난 역량 외에 갈고닦은 노력이 얼마나 깊을지, 뉴스 앵커들이 왜 매일같이 '가 가 거 겨 고 교'를 쉴 새 없이 연습하는지... 음성 요소의 '그리 간단하지 않음'에 목소리가 핵심인 미디어 직군에 대해서 경의가 생겨나기도 한다.





좋은 목소리를 만드는 레시피가 있다면?!

유사 언어로 표현되는 모든 메시지는 중립적인 성격을 가질 수 없다. 똑같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내용은 목소리의 억양, 강조, 톤 등에 의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연예인들의 '같은 옷 다른 느낌'을 생각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연출이 다양한 옷차림, 패션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같은 티셔츠이지만 연출하기에 따라 경쾌하거나 로맨틱해질 수 있는 패션. 목소리 또한 다양한 요소의 조합과 연출이 가능하다!




화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적절한 속도와 음성 톤, 억양 등이 수용자의 느낌과 감정을 결정하게 하는 근거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의사소통 상황에 있어서 유사 언어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이 되고, 언어의 내용적 측면이 아니라 음성적 측면을 뜻하며 감정의 상태와 정도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된 바에 의하면 목소리의 음색은 중저음의 낮은 음색이 듣기에 편안하고, 메시지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기에도 안성맞춤. 일상에서 보는 뉴스 기자, 앵커들 또한 감정을 배재한 채 중저음의 음색을 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 바로 뉴스에 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거나 상황에 따라 공정한 느낌을 추구해야 할 때에는 중저음을 일부러 섞고, 억양의 단조로움을 주는 등 일종의 목소리 레시피로써 벤치마킹을 해볼 수도 있다.


반대로 매력을 경감시키고 비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의 레시피는 무엇일까?

상대방이 받아들이기에 거칠고 센 어조, 그러니까 언성이 높고 파워가 일정하게 크면서 빠른 목소리는 의미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반대로 속도감이 너무 나긋하고 파워가 여린 어조는 신뢰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말의 주저함과 같이 끄는 속도감 역시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등 의사소통의 설득력에 있어 부정의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추가로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음성의 특성이 화자의 지식 정도, 매력도, 전문성 등과 유관한 영향을 보인다는 것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효용성을 가름 짓는 요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내적 자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목소리에 대해 더욱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같은 작품에 등장하듯 여러 사람을 홀리듯 속이는 사기꾼들이 얼마나 다양한 보이스 레시피를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상황과 목적에 맞는 비언어적 연출로써 흥미와 몰입을 일으킨다.




이렇듯 음성적 영역인 유사 언어는 구성 요소의 연출에 따라 청자의 언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말하는 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설득력, 이해력 등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좋다, 싫다로 구분하며 톤이나 성량의 굵기 등으로 훈련하기에는 부족하기만 한 음성언어 '목소리'의 세계! 6 가지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고 넣느냐에 따라 상황에 따른 혹은 목적에 맞는 목소리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신체적으로 타고난 영역이 무색하리만큼 훈련 범위가 넓은 까닭이 된다.


'에이~ 목소리가 어떻게 바뀌어?'

아직도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있다면, 당장 유튜브를 켜고 성대모사의 달인들을 만나보자.

그리고 나의 직업과 상황에 걸맞은  'Voice recipe'를  연구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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