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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Apr 13. 2020

어둠을 마주하는 자세

'버팀의 미학'을 얻는 자문자답의 시간   

그래. 이번이 첫 번째 어둠은 아니지...

그래도 이런 어둠은 너무 힘들어...

 속까지 다 깜깜 해지는 걸...


10년 차 프리랜서인 내게

또 한 번의 어둠이 닥쳐왔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의 어느 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말하기의 달인인 내가

나에게 묻는다.


Ready

To

Start!



'돈 없는 프리랜서'에게 낭만이란?


각종 고지서를 마주한 독거녀의 손은

유난히도 파랗게 흔들렸다.


'돈이 없다고 해서 낭만이 없냐!'

항상 괜찮아왔던 나의 멘털 세계도

코로나 19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나의 긍정 의지가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허망했다.


이번에 알았다.

나의 낭만 따위가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단 사실을.

  

내 생활은 늘 돈에 쫓기듯 했다.

서울에 올라온 후로 용돈을 받을 수 있었던

대학 시절을 제외하곤,

맘 놓고 넉넉한 생활은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대가라고 생각했다.


한숨이 오감으로 느껴지는 날이면

연료비 들지 않는 두 다리를 굴려 한강 다리 밑을 찾아간다

(절대 다리 위로 올라가지 않는 나에 감사하며)


노을에 빛나는 강물을 보거나, 즐거운 사람들을 바라본다.

때로는 저렴하고 맛난 커피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분위기를 느껴본다.

혼자가 싫은 날엔 무작정 연락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의 숨결을 느끼고 나면 다시 한번 충전을 할 수 있었다.

 

'그... 그런데 지금은? 어떡하지?'



'돈 없는 프리랜서'가 무서워하는 소지품?


나는 문화.교육일을 하는

프리랜서.


경력이 조금씩 쌓이면서

조금의 주목을 받기도 하고

숨통이 조금 트이는가 싶다가도

코로나 19 같은 악재는 늘 내 삶을 도사린다.


돈이 좀 생기더라도

그것이 간혹 언젠가를 버티기 위한

보험처럼 느껴지는 삶


조금만 방심하면

밀려드는 월세, 전기세, 가스비...

고지서에 트라우마가 생긴 건지,

볼 때마다 얼굴이 상기된다.

(내 얼굴은 좋아도 빨개지지만 무서워도 빨개진다)


악재와 두려움을 상징하는 내 소지품은

그렇다.

절대 소지하고 싶지 않은 '고지서'인 것!


이번 달에 밀려든 각종 고지서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소지품이다.



'지금'의 나는 어때야 하는데?


'세상이 어두운 이때 내 개인의 삶은 어때야 할까?'

'마냥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서 어두운 생각이나 하고 있어야 해?'


또다시 찾아온 어둠, 그것에 굴복하는 우울감은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하루 종일 생각했다.

결코 어리지 않은 30대 중반(만 나이로)으로서

이번 어둠은 어떻게 견뎌야 할지, 혹은 어떻게 버텨야 할지.


그저 숨 쉬는 개체로만 존재하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도 아까운 마음이 든다.

20 대란 황금기를 '막'소비해 본 내가 느끼는 나의 아까움에

공감하는 친구들도 꽤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정답은 명쾌하다.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

'사람을 만나지 않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건데?


그 여정의 시작은 '브런치 작가' 재도전!

(나 원래 한다면 하잖아)

'신에게는 아직 랜선이 있고, 낡은 노트북이 있소이다!'


지난해 한 번은

내 감성을 한번 발휘해보겠다며

감성적인 문구들을 채워 넣은 한 장을

브런치에게로 내밀었다.

결과는? 탈락!


생각해보니까

감성적인 사람은 세상에 너무 많은 것.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써야 할까?


어릴 적부터 즐겨온 글쓰기 이건만

내 분야로의 책도 한 권 출간을 했었건만...

막상 쓰려니까 손이 돌아가지 않음에 앞서

머릿속이 돌아가지 않음.

한마디로 깜깜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게는 이번에 어렵게 학업을 마치며 완성한 '논문'이 한편 있다.

그것도 최우수상을 받은 논문이다.

(코로나 19로 취소된 나의 졸업식 ㅠㅠ)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법한 학위 논문이지만

내용이 트렌디하니까 충분히 '브런치'스럽게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번의 결과는?

너무 뜻밖으로 합격!

시작이 너무도 다행인 것.

"브런치, 사랑입니다!" (눈물 눈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몰라!

항상 그랬지만 경상도 출신의 시크한 단답

"몰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늘 마음속으로 답을 구해왔었다.


나는 이미 답을 아는 듯하다.

'어둠과 함께 지내는 자세'를 제법 아는 듯하다.

여러 번의 어둠을 지나오며 쌓인 교육 효과.


운다고 해서 이불속에 박혀있다고 해서

내 생활은커녕 나 스스로가 절대 나아지거나

행복해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내게 이것은 중요하다.

'자세'가 중요하다.

 


'어둠'을 대하는 자세는 어때야 해?


아이러니하게도 의지 강한 나는 올빼미족이다.

어둠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것이 탈이지만

이 시간은 오롯이 나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다.


사실 아침형 인간인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하지만 불면증에 익숙하고

생체 루틴까지 익숙해진 나의 밤, 그리고 어둠은

더 이상 피하고 싶지 않은 나의 벗이 되었다.


엉덩이에 무게가 실리는 시간,

조용히 어두운 시간을 보내는 나.


분명한 것은 이 세상과 나의 삶에

다시 상승 곡선이 생길 거란 것.


선조들도, 엄마도, 동네 언니들도

쉽게 하는 말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다~있는 거야!",

"비 온 뒤 하늘이 더~ 파란 법이야!" 이런 말들에

담긴 보편적 진리이기도 하다.

 

다만 그 상승 그래프의 y축 수치가

생각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을 거란 것.

그래서 절대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


내일은 기대하지 않되, 지금의 나에게 기대자는 것.

내게 기댈 수 있도록,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 것.


다만 혼자여야만 하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해보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의 어느 날,  홀로 밤 산책길서 만난 벚꽃 뺨치는 빨간 꽃.(이름이 뭘까?)



혹시라도

지금 혼자서 어둠을 느끼고 있거나

어둠과 친하지 않은 당신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생각의 단편을 마무리해본다.

 


오늘의 자문자답

The End.





p.s 이 글을 고향 친구 혜지에게 선물하고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나지 못하고 매일 카카오톡으로 만나고 있는,

어둠 속 버팀목 혜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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