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 수 밖에

by 이자까야

봄이 왔다. 연애 대화 모임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날이 풀리니 사람들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해지고, 곁에 새로운 인연을 들이고 싶은가 보다. 3개 모임이 다시 연속으로 정원 마감됐다. 날씨에 힘입어 한 주에 한 번만 하던 모임을 두 번으로 늘려본 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 모임이 흥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도전해봤다.


날씨는 다시 화창해졌지만, 나는 또 조그마한 무력감을 느낀다. 아무리 콘텐츠를 꼼꼼히 짜고, 모객을 열심히 해도 결국 날씨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모임을 기획한다고 해도 꽁꽁 언 추위 속으로 사람들을 나오게 할 수 없다.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내 기획은 절대 날씨를 이길 수 없다.


방송에 있을 때는 기획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래서 모임을 시작했다. 누구도 못한 무언가를 해낼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었다는 걸 또다시 깨달았다.


또 불안해졌다. 쨍쨍한 낮에 하는 내 모임이 여름이 되면 다시 마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 낮 2시에 사람을 나오게 할 모임을 기획할 자신은 이제 없다. 그때는 또 어떻게 모임을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내가 가야 할 길이 두 가지 보인다. 하나는 '모임 홍보 수단 확대하기'. 인스타나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내 모임을 홍보하면 날씨를 이길 힘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두 번째는 '나를 홍보하기'. 예능 작가 7년 모임 기획 1년 반인 내 경력을 홍보하여 일을 찾아야 한다. 인스타, 스레드 등을 통해서 나를 알리고 새로운 일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때까지 나는 내 얼굴을 알리는 건 주저해 왔다. 남의 시선과 평가가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사람이 나를 보고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지금 내 삶이 당당하지 않은가 보다. 하지만 이제 나를 노출시켜야 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알을 깨야 한다. 그래야 내가 무언가라도 할 수 있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 아니고, 열심히 살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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