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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발견작가 Apr 28. 2024

푸딩_9. 그냥 닥치는 대로 일단 물고 보자였다 ㅋ

요즘같이 쌀쌀한 겨울엔 뭐니 뭐니 해도 이불 속에 있을 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어둠이 걷어지면 어둠보다 더욱 차가운 창백한 회색빛 새벽녘이 도시에 내려앉는다


서늘한 방안의 공기와 따뜻한 이불은 나에게 괴로운 선택을 기다린다

그 사이 자기 침대에서 자던 푸딩이 눈을 뜨고 초코도 부스럭거린다

푸딩을 안아 침대에 오르게 하고 나는 따뜻한 이불을 더욱 사랑스럽게 끌어당긴다


이불 위에선 이불 속으로 덮혀진 나의 몸 위로 다니며 쉴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어쩔 땐 나의 겨드랑이 속으로 쏘~~옥 들어와 짧은 한숨을 쉬고 잠을 이어간다


오늘은 푸딩이 무슨 생각?으로 나의 목덜미를 가로 지으며 누웠다


우~~아아아아!!!

푸딩 목도리다


어찌나 보드랍고, 따뜻하던지 ㅎㅎ 푸딩이 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했다

왼쪽 옆구리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는 초코가 내게 따스한 온기를 나눠 주었다


양손으로 푸딩과 초코를 쓰다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에서 깼다


날이 너무 차가워 새벽 산책을 일시적 중단을 했다

따뜻한 잠바를 입고 나가 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초코와 푸딩은 맨발로 걷다 보니 차가운 땅을 밟는 게 아니다 싶었다


산책을 안 나가면 왠지 초코와 푸딩의 하루가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는 게 마음에 걸렸다

오후라도 온도가 좀 오르면 나가는 걸로 결정하고 후딱 운동을 다녀왔다


운동을 다녀온 나를 푸딩은 어찌나 반갑게 껑충껑충 뛰며 반겨 주는지 무한 반복으로 많이 뛰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요즘 들어 아무거나 물어뜯는 습관이 들였다는 것이다


그냥 닥치는 대로 일단 물고 보자였다 ㅋㅋ


간단한 야식을 먹고 잠든 남편은 계속 잠들어 있었고 소파 주변엔 빈 접시와 젓가락이 메말라 있었다


그런데?

젓가락 한 짝이 보이 질 않았다

소파 아래로 떨어졌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엄마~~ 엄마~~ 왔어.. 왔어.. 이리 와서 이거 바바 엄마"

작은 아이가 뭔가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있다는 듯 나를 재촉하며 불렀다

"엄마~~ 엄마~~ 나도 새벽에 샤워하려고 나왔거든 근데 ... 이상한 찌꺼기들이 자근 자근 떨어져 있어서 가까이 가서 봤더니 하하하하하 (크게 웃으며) 아니 글쎄 푸딩이 소파 한 쪽에서 젓가락을 물고 씹고 뜯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일단은 물고 있던 젓가락을 뺏고 엄마 오면 보여 주려고 했지"


앙상한 나뭇 가지 보다 더한 젓가락 반이 없어진 체 처절하게 짓이겨 있었다


"세상에? 이게 뭐야? 이게 정말 젓가락이라고? 뭐냐~~ 완전 귀신 집 창살처럼 으스스하게 짓이겼구먼 ㅋㅋㅋ"

"그치 그치 엄마... 아빠가 저녁에 뭐 먹고 젓가락 그대로 놓고 잤더니 ㅎㅎㅎ 에구구 아빠가 잘못했네 잘못했어ㅎㅎㅎㅎ"

"그러게 말이야 엄마라도 새벽에 확인하고 치워둘걸.. 에궁"


몸체에서 떨어져 나간 젓가락 허물들이 거실 곳곳에 흩뿌려 있었음을 그제야 보였다


"이러다 나무 가시가 목에라도 걸렸으면 어쩔 뻔했을까 아코야 생각만 해도 .. 이만하니 다행이다 싶다 그치..."

"으응.. 새벽에 나라도 발견해서 이남아 젓가락 반이라도 남았지 안 그랬음 흔적도 없이 다 뜯었겠어 엄마.."

"그러게.... 휴....."


행여나 발바닥에 나무 가시라도 박힐까 싶어 남은 젓가락 파편들부터 치우며 안도에 한숨을 쉬었다


그 뒤로도 푸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물다 나에게 자주 빼앗겼다 ㅎㅎㅎ

쇠 옷걸이

스티로폼

소파 단추

신발 끈

비닐

고무장갑 ㅋㅋ

안경

가방끈

전깃줄, 전기코드까지 ㅠㅠ

휴지

수건

담요

머리 집게핀

키보드 ㅋㅋㅋ

리모컨

식탁의자 다리 ㅋㅋ

양말

나무젓가락

1회용 플라스틱 수저


이 정도면

그냥 물, 불 안 가린~~~~다 ㅎㅎㅎ


그런데도 나는 푸딩이 너무~~ 너무~~~ 귀엽다

한참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라 아이들 촉감놀이처럼 무엇이든 입으로 감각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다만,

씹고 물고 뜯다가 진짜로 먹을까 봐 걱정이어서 적당하게 씹었다 싶으면 바로 치우곤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호박 수프를 만들었다

새벽에 나에게 따뜻하고 생생한 목도리를 선물한 푸딩에게 나도 보답을 해 주고 싶었다


찬바람을 가로 지으며 달리며 뛴 오후 산책 후에 달달한 단맛과 쫄깃한 소고기가 씹히는 수프를 빨리 주고 싶다

어구어구어구~~

우리 푸딩 그릇에 얼굴 파묻혔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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