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다녀온 나를 푸딩은 어찌나 반갑게 껑충껑충 뛰며 반겨 주는지 무한 반복으로 많이 뛰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요즘 들어 아무거나 물어뜯는 습관이 들였다는 것이다
그냥 닥치는 대로 일단 물고 보자였다 ㅋㅋ
간단한 야식을 먹고 잠든 남편은 계속 잠들어 있었고 소파 주변엔 빈 접시와 젓가락이 메말라 있었다
그런데?
젓가락 한 짝이 보이 질 않았다
소파 아래로 떨어졌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엄마~~ 엄마~~ 왔어.. 왔어.. 이리 와서 이거 바바 엄마"
작은 아이가 뭔가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있다는 듯 나를 재촉하며 불렀다
"엄마~~ 엄마~~ 나도 새벽에 샤워하려고 나왔거든 근데 ... 이상한 찌꺼기들이 자근 자근 떨어져 있어서 가까이 가서 봤더니 하하하하하 (크게 웃으며) 아니 글쎄 푸딩이 소파 한 쪽에서 젓가락을 물고 씹고 뜯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일단은 물고 있던 젓가락을 뺏고 엄마 오면 보여 주려고 했지"
앙상한 나뭇 가지 보다 더한 젓가락 반이 없어진 체 처절하게 짓이겨 있었다
"세상에? 이게 뭐야? 이게 정말 젓가락이라고? 뭐냐~~ 완전 귀신 집 창살처럼 으스스하게 짓이겼구먼 ㅋㅋㅋ"
"그치 그치 엄마... 아빠가 저녁에 뭐 먹고 젓가락 그대로 놓고 잤더니 ㅎㅎㅎ 에구구 아빠가 잘못했네 잘못했어ㅎㅎㅎㅎ"
"그러게 말이야 엄마라도 새벽에 확인하고 치워둘걸.. 에궁"
몸체에서 떨어져 나간 젓가락 허물들이 거실 곳곳에 흩뿌려 있었음을 그제야 보였다
"이러다 나무 가시가 목에라도 걸렸으면 어쩔 뻔했을까 아코야 생각만 해도 .. 이만하니 다행이다 싶다 그치..."
"으응.. 새벽에 나라도 발견해서 이남아 젓가락 반이라도 남았지 안 그랬음 흔적도 없이 다 뜯었겠어 엄마.."
"그러게.... 휴....."
행여나 발바닥에 나무 가시라도 박힐까 싶어 남은 젓가락 파편들부터 치우며 안도에 한숨을 쉬었다
그 뒤로도 푸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물다 나에게 자주 빼앗겼다 ㅎㅎㅎ
쇠 옷걸이
스티로폼
소파 단추
신발 끈
비닐
고무장갑 ㅋㅋ
안경
가방끈
전깃줄, 전기코드까지 ㅠㅠ
휴지
수건
담요
머리 집게핀
키보드 ㅋㅋㅋ
리모컨
식탁의자 다리 ㅋㅋ
양말
나무젓가락
1회용 플라스틱 수저
이 정도면
그냥 물, 불 안 가린~~~~다 ㅎㅎㅎ
그런데도 나는 푸딩이 너무~~ 너무~~~ 귀엽다
한참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라 아이들 촉감놀이처럼 무엇이든 입으로 감각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다만,
씹고 물고 뜯다가 진짜로 먹을까 봐 걱정이어서 적당하게 씹었다 싶으면 바로 치우곤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호박 수프를 만들었다
새벽에 나에게 따뜻하고 생생한 목도리를 선물한 푸딩에게 나도 보답을 해 주고 싶었다
찬바람을 가로 지으며 달리며 뛴 오후 산책 후에 달달한 단맛과 쫄깃한 소고기가 씹히는 수프를 빨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