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육아일기 (7) # 선행 수업
여름 방학을 앞두고 큰 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 잘 지내셨죠?
00도 방학 특강, 중학 선행반 수업을 듣나요?"
헐. '중학 선행반'이라니.. 난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네;
아무래도 선행이라면 질색을 하는 날 잘 알고 계시는 선생님께서 자체 검열 후 전하지 않은 소식인 듯했다.
친구 엄마의 이야기를 이러했다. 아이가 방학 동안 학원에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라는 것이었다. 언뜻 들으면 반가워할 일인데 그런 반응이 아니었다.
" 대체 선생님이 아이를 어떻게 구워삶으신 건지.. 아직 6학년 선행도 안 했는데, 중학반을 하겠다고.."
간간이 큰 아이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선생님들께서도 선행반 수강을 매우 적극적으로 설득(혹은 영업) 하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수강생이 많아야 선생님도 수업할 맛이 날 것이고, 잘은 몰라도 경제적 이점도 있으리라. 원장 선생님은 매번 아이들을 만나면 형제나 자매가 없는지 호구조사를 하시고, 학원에 데려오라고 하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둘째 데리고 학원비 내려갈 때 원장님 매우 적극적이셨다. ㅋ_ㅋ)
더불어 예전에 교육열 높은 지역 친구들 만나서 나눈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3학년이 중학 수학을 한다는 둥.. 1년 정도 앞서 공부하는 것은 선행도 아니라고.. 그저 예습이라며,
주변 얘기 듣고 엄마들 만나면 괜히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듯한 조급함이 생긴다고, 엄마들을 끊어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들 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 동네의 교육열은.... 매우 낮다. 아무래도 엄마들이 움직이질 않으니 선생님들께서 더욱 열을 내시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친구 엄마의 고민은 매우 공감이 갔다. 아직 6학년도 배우지 않은 아이에게 중학 과정이라니.. 또 한편으로는 어차피 방학이라 시간 여유가 있고, 언제 해도 할 공부이니 큰 기대 않고 배워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으리라. 더군다나 아이가 원한다니, 해가 될 것은 없어 보였다.
내게 답을 구하기보다는 그저 우리 아이는 어떤지,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자 연락해온 것이었으므로 그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내 아이가 가려고 한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대체 얼마나 빠르게 가는 것이 적당한 속도일까? 남들이 앞서 나갈 때 나는 제자리라면 그건 뒤처지는 것일까? 우린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적용되는 세상에 알고 있을까? 아이에게 거북이로 살아도 된다고 할 수 있을까? 너만의 속도를 가지고 살아도 된다고.. 말해도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