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육아일기 (8) # 버스카드 #한여름 불볕더위
"엄마! 나 버스카드가 없어!"
"진짜? 나가서 찾아보자!"
늦은 저녁이었다. 아이가 5분 전만 해도 손에 들고 있었던 버스카드가 집 현관에 도착하니 사라진 것이다.
제법 어둑어둑한 때라 그 사이에 누가 주워가지는 않았겠다..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걸어온 길을 몇 번을 되짚어도 카드는 없었다. 어제 충전해 11,400원이 들었는데, 쩝--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잃어버린 버스카드가 아닌 아이의 태도였다.
아이는 카드를 찾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찾는 둥 마는 둥,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였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수시로 충전해주는 카드였지만.. 주인은 아이였다.
더운 여름날, 버스는 잠시 에어컨을 쐬게 해 주고 뜨거운 햇볕도 피할 수 있는 피난처였다.
그러나 아이는 그런 요긴한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은 한 가지. 그 가치를 느끼게 해줘야 했다.
아이를 불러 이야기했다.
"00야, 엄마가 00 편하게 다니라고 버스카드 충전을 해줬지? 얼마가 들어있었지?"
"한 만원 정도? 며칠 전에 충전했으니까요."
"그렇지. 00야, 그럼 그 돈을 엄마한테 갚아야겠어."
"네?"
"엄마가 그 돈을 널 줬는데, 네가 잊어버렸잖아. 그 돈을 갚아야만 다시 충전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역시, 난 매정한 엄마였다. 한 여름에 버스카드가 없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걸어서 15분 거리의 학원에 일주일에 서너 번을 왕복해야 하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기회는 지금인 것 같았다.
돈을 빌려가서 갚지 않은 사람에게 또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없듯. 나 또한 버스카드를 잃어버린 아들에게 또 버스 카드 충전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정은 작은 사회이자 아이들이 경험하는 첫 공동체.
가정에서 사회의 운영 법칙과 원리를 깨닫지 못하면, 세상살이가 매우 팍팍해지리라.
엄마는 오늘도 매정하게, 팍팍하게, 얄짤없이 너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