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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라 Mar 29. 2022

아부다비에서의 첫날

난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

인천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승객이 많지 않아 3자리씩 차지하고 편하게 왔지만 그래도 10시간 비행은 많이 지쳤다. 한밤중인데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습한 공기와 무더운 날씨에 놀랐다. 짐을 찾고, 바로 핸드폰 유심을 사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나서야 호텔로 갈 수 있었다. 30분가량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아직 새벽이었고 다행히 호텔 측의 배려로 체크인을 빨리 할 수 있었다. 편한 호텔 침대에 누워 쉬려고 하는데 영 잠이 오지 않았다. 이 머나먼 타국에서 홀로 6개월간 지낼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막막하게 느껴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부다비에 가는 게 마냥 신나고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갑자기 집과 가족이 너무나 그리웠다. 몇 달 전 나는 무슨 생각으로 혼자 아부다비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한산한 인천공항의 모습

첫날부터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장기 숙소를 아직 구하지 못해서 점심때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기로 했었다. 시리아 사람이었는데 중개인답게 성격이 쾌활했다. 말이 정말 많았는데 나는 아직 낯선 환경에 쫄보 모드였기 때문에 조금 부담스러웠다. 아부다비 물가가 비쌀 거라고 예상했지만 렌트가 이렇게 비쌀 줄이야.. 시내에서 떨어진 곳은 그나마 가격이 낮았지만 치안 걱정도 있었고 내가 차가 없기 때문에 좋은 옵션이 아니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곳은 건물에 담배 냄새가 심했고 방도 깨끗하지 않아서 맘에 들지 않았다. 럭셔리를 누리러 온 게 아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냥 회사에서 알려준 중개인과 계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에 이 방은 아니다 싶었다. 동료들이 알려준 dubbizle, property finder, airbnb 등등 웹사이트로 매물을 열심히 찾았지만 내가 원하는 조건의 방을 찾는 것은 역시 하늘의 별따기였다.

호텔 주변을 돌아다녀보려고 했는데 아부다비의 날씨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가면 말 그때로 찜통더위였고 가만히 서있는데도 땀이 줄줄 났다. 이 날씨에 걸어 다니다가는 정말 쓰러질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다녔다. 택시비 역시 꽤 비싸서 부담이 됐다. 수입이 많지 않은 대학생 신분으로 이 나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오후에 돌아오고 나서 부모님이랑 통화를 하는데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타지 생활을 여러 번 해봤지만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편하게 살다 보니 밖에 나가면 고생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래도 원래 처음 몇 주가 제일 힘든 법이니까 너무 낙심하지 말고 아부다비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적응력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여기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하루가 참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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