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고전과 윤리 수업 시간이었다. 오늘의 고전은 플라톤의 ‘국가’의 구절을 읽고 학생들과 함께 생각을 해보았다. 3월부터 주로 서양 고전을 주로 읽고 있다. 동양 고전에도 중요하게 생각해볼 내용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엔 서양 고전의 내용이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도덕경이나 금강경, 논어의 내용을 수업하면, 신비주의적이라고 거리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가 동양인이지만 서양의 사고방식에 친숙한 건 조금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어쨌건 ‘국가’의 구절 중 잘못된 정체(정치체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구절이 있다. 명예제, 과두제, 민주제, 참주제 등 4가지 잘못된 정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중 민주제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플라톤은 민주제가 ‘무법’하고 ‘무정부’적이며 ‘멋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플라톤이 비판하는 민주제는 현대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정체인 것 같다. 법과 제도로 권력을 견제하는 현대 민주주의와 달리 ‘다수’의 입맛에 맞게 통치되는 민주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럼 다수결은 정말 잘못된 일일까?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니까 잘못 되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해요.”, “결정을 하려면 어쩔 수 없죠.” 등의 치열한 양쪽 입장이 등장했다.
양쪽의 입장 모두 맞는 말이다.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누군가 혹은 어떤 집단이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구성원 모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수결의 원칙에만 따르면 언제나 가장 숫자가 많은 구성원에 따라 의사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참 어려운 문제다. 학급을 운영할 때에도 다수결에 문제를 맡기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학급비로 간식을 뭐 사줄까?” 할 때도 아이들은 각자 다 다른 요구를 한다. ‘치킨’, ‘피자’, ‘아이스크림’, 심지어 ‘커피’도 나온다. 이 때 다수결로 문제를 결정하면, 언제나 불만이 튀어나오곤 했다. “그럼 저는 안 먹을래요.”, “맨날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해요.” 등의 불만이 튀어나온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의사결정을 나도 학생들에게 묻거나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고, 실장과 함께 내 마음대로 결정해서 치킨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사주곤 했다.
다수결... 정말 여러 단점이 있는 의사결정 방식이지만, 이 외에 다른 이상적인 대안이 있을까?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이 맞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기가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