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을 집행해야 할까?

칸트의 응보주의

by 도덕쌤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에도 등장하지만, 고전과 윤리 교과서에도 칸트의 사형제에 대한 입장이 등장한다. 오늘은 칸트의 고전 구절은 간단히 읽고, 사형제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았다.


“얘들아. 칸트는 모든 인격은 존엄하다는 생각 아래에서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도덕법칙을 세웠어. 그렇다면, 칸트는 사형제를 찬성했을까? 사형제를 반대했을까?” 은근히 함정을 파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생명을 함부로 하면 안 되니까 반대하지 않았을까요?”, “인권을 중시했으니까 범죄자의 인권도 중시했을 것 같아요.” 등의 의견이 나왔고, 반대로 “칸트는 원칙주의자니까 사형을 해야 된다고 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일부러 유도하니까 사형 찬성인거 같아요.” 등의 이야기도 있었다. 한 달 정도 수업 하다 보니 아이들이 내가 어느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하는지 눈치를 조금씩 채는 것 같기도 했다.


학생들의 예상대로 칸트는 사형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그가 사형을 찬성하는 이유는 그 범죄자가 사형을 받아 마땅한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사형이 가져오는 어떤 사회적 이익이나 효과와 상관없이 살인과 같은 범죄는 사형으로써 처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칸트의 입장을 응보주의라고 부른다.


칸트는 사형이 오히려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인격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고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격체이다. 인격을 존중해준다는 것은 그의 자율성을 존중해준다는 것이고, 그 인격이 도덕법칙을 어겨 죄를 지었다면 그에 대한 처벌을 정당하게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행위를 책임지는 것은 인간이 단순한 동물이 아닌 도덕적 존재라는 증거이다. 그래서 살인을 한 범죄자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따른 처벌을 정당하게 받음으로써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설명을 듣자, 학생들은 매우 공감하며 칸트의 사상이 멋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사형제의 찬반 입장을 물어봤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형제도는 있지만,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 폐지 국가야.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질문에 몇몇 학생들은 흥분하기도 하며 사형제에 격렬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당장 사형 집행해야 해요!”, “흉악범들에 한해서는 집행하면 좋겠습니다.” 등의 입장이 대다수였다. 조심스럽게 사형 반대의 입장을 펼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학생들 의견처럼 사형을 집행해야 할까? 칸트의 주장처럼 살인자에 대한 사형집행은 응당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 역시도 정의로운 사회라면 당연히 사형에 마땅한 죄를 지은 자들은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형제도의 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형이라는 형벌은 범죄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다. 죽음은 비가역적이다. 한번 죽으면 되돌릴 수 없다. 만에 하나 억울한 사람이 사형을 받는다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할 길도 실수를 되돌릴 길도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피해자들의 목숨을 빼앗고, 고통을 주고, 삶을 파괴한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집행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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