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시간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다. 때로는 짓눌려 있다가도 어느새 다른 곳으로 옮겨가곤 한다. 같은 시간도 그 무게가 달라지는 건 시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시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그 시간의 무게 추는 달랐다.
지금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알아차린다. 시선을 돌렸을 때, 이를 깨닫는 건 마음이 가는 대상을 응시한 순간이다. 그 지점이 현재였다. 그 순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이 올바르지 않다면,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시점은 마치 저울 같았다. 마음이 가는 쪽으로 저울은 기울어진다. 시점에 따라 금세 바뀐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야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전엔 그 눈금을 읽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처럼, 까마귀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반짝이는 것들에 시선이 뺏기면, 검은 털에도 그림자가 가득 진다. 깃털이 검을 수록 빛나는 법이다.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시간의 맥을 짚는 도구이니까.
무엇이 현재, 눈앞에 빛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