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간다는 것
관계의 깊이를 예측할 수 있다고 자만했으나, 도저히 알 수없는 것이었다. 관심을 쏟는 영역은 점점 길어지고 넓어졌다.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분명한 건 순식간에 깊어진 관계는 생각과 다르면 급속도로 깨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금세 가까워지기도 했다.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친밀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 말이다. 비슷한 옅기로 말하는 상대를 볼 때 그렇다. 같은 부류의 사람이구나. 외모나, 나이가 다르더라도 중심이 닮아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상대도 그렇고.
예전에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 여겼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관계를 특별히 여겼다. 그러나 보통은 뜨거운 음식을 한입에 삼키는 것 같았다. 입천장은 데이지만 어찌어찌 삼켰고, 맛은 있으니 넘어갔다. 얼얼해지고는 알게 된다. 사이를 두텁게 하기 위해선 시간을 쌓아야 했다.
짧은 시간의 관심으로 잘못 판단한 걸 되짚어 본다. 너무 가까워지면 거리를 조정하고 싶어질 때가 온다. 마음은 순식간에 경멸이나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지만 처음과 같지 않다. 이 관심은 나를 보고 깊어진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상대를 봤다고 착각하지만, 나와 비슷한 상대에게 관심이 갔다. 행동을 따라 하면 호감을 얻기 쉽다는 심리학 같은 걸까? 내가 좋을 대로 생각한 너를 좋아하는 거다. 점차 예측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알아가기를 멈춘다. 더 이상 나와 다른 너를 보고 싶지 않다.
때로는 상대방이 전혀 달라 호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결국 나를 향한 반대의 관심이다. 누굴 만나도 나를 반영하게 되는 것 같다. 나 좋을 대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걸 사랑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