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지붕은 반대로 덮인 그릇이다.
흔히 사람의 마음을 그릇에 비유한다. '포용력이 크다'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의 마음도 넓다고 여긴다. 사람의 그릇이 크다는 것은 대단한 덕목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종지만 한 작은 그릇은 여유가 없다고 여긴다. 마음의 크기를 자로재듯 서로 비교하기도 한다. 마음의 크기가 단순히 넓고 깊어 좋다지만, 실제로 자신의 그릇이 어떤지 아는 사람은 드물 테다.
처음엔 그릇이 크다고 믿지만, 어떤지 모르고 살다 그릇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비가 오면 그 금이 더욱 잘 드러난다. 담아도 새는 그릇이 된다. 처음엔 방울방울 떨어지다가 틈새로 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면, 비로소 수리를 하려고 한다. 자신의 그릇이 크다고 착각하면 오히려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이들은 그릇이 산산조각 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점에서 자신의 그릇의 크기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야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그릇을 찾아 크기에 맞게 살아가려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릇이 되기를 포기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방법은 뒤집어 버리는 것. 지붕은 물을 담지 않는다. 몸을 기울여 모든 것을 흘려보낸다. 비워진 그릇은 언제나 가볍다. 비우는 그릇은 비를 만나도 가벼운 법이다. 물이 지나간 자리는반질거리며 윤이 난다. 모든 걸 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텅 빈 지붕에는 새가 날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