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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T Sep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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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위 부풀어 오른 언덕을 발견한다. 긁으면 더 붉어진다. 손톱으로 반을 갈라도 본다. 아무리 눌러도 평평해지지 않는다. 계속 만지니 온몸이 간지럽다. 여름이 다 가고 있는데 물렸으니 어이가 없다. 아직도 네가 살아있다니 방심했다.


이렇게 만든 원흉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어디서 배불리 먹고 앉아있을까? 자국에 신경 쓸수록 열이 오른다. 하도 긁으니 아프기까지 하다. 한철 살다가 가는 네가 밉다. 큰 불행을 안겨준 것도 아닌데, 언제고 죽음으로 보답하겠다 약속한다.


천장을 눈으로 훑어본다. 네가 없다. 벽에 까만 걸 내리쳤지만 다시 보니 얼룩이다. 이번엔 바닥을 찬찬히 본다. 여름과 가을 사이 잘도 숨었다.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냉장고 문 틈 사이에 앉아있다. 이곳에 숨으려고 하다니 기발하다. 섣불리 움직일 순 없다. 친다고 잡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해 숨을 참고 다가간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각을 잡는 계획을 세운다. 너는 문을 열자마자 날아갔다. 손을 내리쳤지만 늦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찾는다. 천장에 다시 살포시 앉는다. 옆에 놓인 책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다. 손바닥에 책을 올리고 조준한다. '탁!' 한 번에 가는 게 덜 아플 테니 힘껏 밀어 올렸다. '툭!' 떨어진 책을 뒤집어 본다. 너는 없다.


여기저기 물어놓은 곳을 벅벅 긁으며 지쳐버렸다. 포기하고 침대에 눕는다. 다시 보니 창틀에 붙어있다. 순간 살아보겠다고 피를 빨았을 너를 잠시 생각해 본다. 절박한 여름의 끝자락에서 고민한다. 어차피 살다 죽는 거 보내줄까?


창문을 열어 손으로 쫒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너는 다시 들어오려고 기를 쓴다. 너를 억지로 보내고, 살생을 면했다. 살 수 있을 때까지 살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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