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겨울을 싫어하는 이유

얼음땡

by Liaollet

대게 태어난 계절을 좋아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유독 겨울이 싫었다. 그 이유는 단연 '추위'였다. 겨울이 오면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몸의 얇은 부분을 골라 휘감아 도는 겨울바람이 싫었다. 발목과 손목을 타고 스며들면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어깨가 솟아오르고, 목이 뻐근해졌다. 마치겨울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차가운 겨울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건 모든 것을 느리게 만든다. 얼어붙은 빙판 위에서는 차도, 사람도 속도를 줄인다. 결국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얼음땡' 놀이처럼. '얼음'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 많은 것들이 추위에 움츠러들고, 그 속에서 멈춰버린다. 술래를 피해 '땡'을 외치며 손이 닿는다면 움직일 수 있지만, 그전엔 냉동인간이 된다. 그래서 겨울은 마치 멈추어야 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추운 건 고통스럽다. 피부에 닿는 공기, 그 아픔보다 더 시린 건 아마 차가운 시선일 테다. 차갑다는 온도는 참기 힘들다. 녹거나 부서진다. 겨울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얼어붙게 만들고, 추우면 마음도 쉽게 얼려버린다. 여유가 없는 온도에서는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마음이 따뜻하지 않고, 아픈 건 추워졌기 때문이다.


겨울에 태어난 것은 선택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이 계절에 태어나버렸다. 그래서 겨울은 늘 고통스러웠다.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내처진 계절이었다. 무력한 사실에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무릎까지 오던 눈이 점점 머리 위까지 쌓였다. 태어났으니 고통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겨울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볼 수 있을까? 봄은 아름답고, 여름은 열정적이다. 가을은 무르익는다. 그런데 겨울은 나에게 춥기만 하다. '얼음땡'처럼, 누군가에게 닿으면 움직일 수 있을까 하고 기대한다.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얼음에서 풀려나도 마침내 구할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만 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혹독하다. 새하얀 도화지처럼 모든 걸 덮어버리고 나 혼자만 남겨둔다. 차가운 손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넣어도, 다시 차가워진다. 그런 시린 현실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한다. 상대를 얼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선택할 수 없고, 결정할 수 없으며,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계절이 겨울이다.


이 겨울을 그럼에도 견디려면, 섬세한 '얼음땡' 놀이가 필요하다. 이 추위 속에서 덜 시리게 상대에게 닿는 방법을 배운다. 벗어나려 하기보단 언젠가 녹을 거라 믿으며 지낸다. 겨울을 사랑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워하지도않는다.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냉정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나를 위한 온기를 남겨두기로 한다.


내가 겨울을 싫어하는 이유.jpg 내가 겨울을 싫어하는 이유 _ THE3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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