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을 안정시켜주는 광물약재 브라더스 <용골(龍骨)>과 <모려(龍骨)>
산만한 아들내미의 <억간산> 처방에 대해 쓴 바 있다. 억간산에는 ‘용골(龍骨)’과 ‘모려(牡蠣)’가 처방되었는데 용골과 모려는 화병,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증상이 있는 분들의 처방에도 어김없이 처방된다. 한약은 ‘약초’를 달이는 것이라 생각한 나의 편견을 깨준 약재들이 바로 용골과 모려다. 용골은 말 그대로 공룡의 뼈, 모려는 굴 껍데기를 불에 태워 재로 만든 것이란다.
굴 껍데기인 모려야 그렇다 치자. 공룡 뼈는 대체 어떻게 구한 걸까. 예전에는 화석으로 발견되는 공룡 뼈를 약재로 썼다가 이후에는 포유동물의 화석화된 뼈를 용골로 통칭한 것으로 보인다. 용골이라는 약재의 출처가 궁금하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골문자는 어디서 발견되었을까? 놀랍게도 중국의 <달인당(達仁堂)>이라는 약방에서 발견되었다. 땅 파던 농부들은 화석이나 뼈가 약방에서 용골이라는 약재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발견하는 대로 약방에 팔았던 모양이다.
왕의영이라는 금석학자가 학질에 걸린다. 학질을 치료하고자 약방에서 처방을 받은 그는 첩약 안에서 문자가 새겨진 약재를 발견한다(당시만 해도 약방에서 약을 달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자기에 싸서 약재를 건네면 집에서 달여 먹는 것이었다). 첩약 안 용골에 새겨진 문자를 본 순간 금석학자인 그는 그것이 예사로운 뼈가 아님을 알게 된다. 갑골문이 발견된 순간이다!
그간 갑골문이 적힌 수많은 뼈들이 약재로 달여진 것이었다. 용골에서 갑골문자를 발견한 그 순간을 그려보자니 놀라우면서도 우습다. 그는 약방으로 가서 모든 용골을 자기한테 팔라고 하고 그렇게 갑골문자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왕의영은 갑골문의 아버지라 불린다.
한 때 갑골문이 새겨진 채 보약으로 달여졌던 용골의 주성분은 '탄산칼슘'과 '인산칼슘'으로 수렴 및 진정작용을 한다. 불면증 치료를 위한 <가미온담탕>에도 용골과 모려가 들어간다. 화병 치료를 위한 <육울탕> 처방에는 모려가 들어간다. 뼈에 함유된 탄산칼슘이 신경 안정 역할을 하며 마음의 연고가 되는 것이다. 시멘트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는 모려는 뼈를 튼튼하게 하여 요통 치료의 처방에도 쓰이곤 한다.
학문적으로야 애석한 일이었겠지만 부디 용골 달여 먹었던 그 옛날 많은 중국인들의 개인적인 건강 회복에는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신경 안정작용이 있는 용골의 의문의 1패 에피소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