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
임신 안정기에 접어드는 23주 차. 배는 꽤 나왔지만 개운하게 잠만 잘 잤다면 컨디션은 최상이다. 임신 전에도 집에 붙어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건 임신하고 나서도 여전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 가서 무얼 할까 생각부터 났다.
창밖을 보니 유독 햇살이 좋았던 일요일 오후, 아직 자고 있는 남편을 위해 그리고 냉장고 털이도 할 겸 팽이버섯치즈 전, 어묵볶음을 만들어둔 뒤 카페를 가려고 집을 나섰다.
난 아무 카페나 가지 않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카페의 조건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햇살을 즐기며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아쉽게도 동네에는 없고 집에서 지하철 몇 정거장 안 되는 거리에 생각해 둔 곳이 있었다. 봉천동에 위치한 카페인데 이름이 2층 사무실이다. 처음 가봤는데 내가 생각한 완벽한 공간이었다. 마침 창가 햇살 좋은 자리가 딱 하나 비어있었고 와이파이와 콘센트 그리고 필기구와 메모용지도 구비돼 있었다.
임신부에 안성맞춤인 메뉴도 있었다. 카페인 없고 양수를 맑게 한다는 루이보스와 눈에 좋다는 빌베리가 블렌딩 된 차 그리고 비정제당을 사용해 만든 호두 브라우니를 시켰다. 함께 먹으니 건강하고도 입맛을 돋우는 맛이 미소 짓게 했다. 카페 사장님은 임신해서 아이를 낳고 키운 엄마이거나 아내가 임신 중일 때 특별히 좋은 음식에 신경을 쓰게 된 남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다.
이 카페는 집과 꽤 거리가 있고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을 올라야 했기에 가는 중에는 사실 임신부로서 부담감이 좀 있었다. 동네 카페도 있는데 굳이 지하철까지 타고 가야 하는지 싶기도 했고 낡은 건물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임신부가 아니었다면 전혀 걱정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을 문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만족 했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마음에 편안함을 선사하는 취향 저격 카페에서 글을 끄적이는 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임신부로서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생산적으로 보낸 임신 중기. 주말 오후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내가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글쓰기를 즐긴 이 순간은 내 마음에 항상 생생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