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주 차, 아무것도 하기 싫은 심정
임신 초기 때부터 느낀 거지만 몸뚱이만 임산부일 뿐 회사 업무시간일 때는 내게 일이 최우선이었다.
무거운 몸뚱이로 거동이 불편한 현실을 잊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출산 후 나로 인해 발생할 업무 공백을 줄이고자 애쓰는 탓일까. 피곤하고 힘들어도 어느 때보다 열심을 냈다.
그렇게 업무시간에 에너지를 거의 소진하고 나면 퇴근 후 저녁시간에는 남는 힘이 없다. 특히 밥을 먹고 난 뒤에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욕이 더더욱 사라진다.
퇴근하고 소소하게 SNS에 임신부 일상을 기록하며 곧 만날 아기와 함께 시작할 나날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마음 같이 안 됐다.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 피드를 슥슥 넘길 뿐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인 지금도 졸리고 피곤한데 어떻게 이 글을 쓰고 있는가. 달리 할 것도 없고 남편도 저녁 약속으로 늦게 들어올 예정인 오늘 같은 날에서야 글이라도 쓰자 싶었다. 글 한 편이라도 쓴다면 이야말로 정신 승리고 뿌듯한 기분이 들 거란 생각이 행동을 이끌어냈다.
벌써 31주 차.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28주보다 더 무거워진 요즘, 나는 여느 만삭의 임신부처럼 뒤뚱뒤뚱 펭귄처럼 걷는다. 임신 중기에 다녔던 요가 클래스에서 강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앞으로 출산하기까지 몸은 힘들면 더 힘들지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나는 지금 유지를 하고 있는 건가? 배가 많이 나온 걸 제외하면 다리가 크게 붓거나 살이 많이 쪘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다만 한편으로는 무기력한 감정도 유지되고 있구나 싶었다. 퇴근 후 의욕 없음과 귀차니즘에 생각만 하고 흘려버리는 게 너무나 많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속 임신부들 그리고 출산한 엄마들은 어떻게 그리도 야무지고 부지런하게 많은 걸 해내는 건지.. 나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는 걸 안다면 비교부터 멈추는 게 순서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화려한 SNS보다는 이 작은 글쓰기다.
평일 저녁 내게 자주 찾아오는 무기력이라는 손님. 몸이 가장 힘든 지금 시기, 이 손님을 잘 달래서 보내야겠다. 힘듦보다 기쁨이 더 큰 순간 머지않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