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Blues를 써내려가다
3년의 짧은 활동기간이였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했으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힙합그룹이 있다. 바로 CB MASS이다.
2000년 9월 6일에 데뷔한 CB MASS(critical brain mass(비판적인 두뇌집단))는 커빈, 전 K.O.D 맴버이자 M.I.C.회장 출신인 최자, 전 K.O.D 맴버이자 IF 출신인 개코로 이루어져있다. 2003년 5월에 해체하게 되었지만 그들의 노래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와 같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학교라는 감옥에 갈 때마다 CB MASS의 Seoul Blues를 듣는다. 왜냐하면 이 곡이 나의 비참함과 허무함만 느끼게 되는 아침을 너무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뭔가 이 곡을 들으면서 학교 등굣길을 걸을 때마다 눈물은 나지만 이 비참함과 허무함 속에서 증오보다는 위로를 느끼고 있다. 내가 느낀 감동과 위로, 삶은 그 당시의 대중들도 느꼈을 것이다. CB MASS만의 힙합과 삶을 느끼러 가보자.
CB MASS의 데뷔앨범이다. 이 앨범이 엄청 화려하거나 사운드적으로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래퍼들의 진실적인 가사와 삶을 담고 비트와 어울리는 것을 넘어 독특한 플로우가 풍성한 앨범이다. 2000 대한민국에 수록되었던 '나침반'이 이 앨범에도 수록되어있다.
웅장한 선율로 시작된 나침반은 변화와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길 바라는 진실한 소망을 호소하는 것의 시작으로 힙합을 하겠다는 의지를 넘어 힙합으로 지금의 배고픔과 가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선포하고 있다. 또한, 중간에 합창단의 목소리로 곡의 신성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나침반이라는 곡은 힙합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를 내포하고 있음을 사운드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CB MASS가 힙합을 하는 이유를 담고 선언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의 한과 개인의 삶을 다룬 곡이 Seoul Blues은 서영은의 피쳐링으로 몽환적인 느낌이 더해지며 지치지만 서울에서 살아야하는, 즉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정말 깊이있게 묘사해놨다. 힘이 없고 지치고 희망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 Seoul Blues라는 곡이 당신의 삶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위로 해주지 않은 인생을 이 곡이 함께 걸어줄 것이다.
'늘 어둠에 맞서'라는 곡은 너무나 나약한 자신이지만 계속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난 할 수 있어'라는 '응원이 아닌 내 붉은 심장은 충분하며 해쳐가겠다'고 말하며 자신을 다독이고 있는 것 같은 가사이다. 슬프지만 한번 더 살아보자는 의지가 감동적이기도 하다.
2001년 10월 9일에 발매된 CB MASS의 2집에서는 CB MASS의 히트곡들이 많이 포함되어있다. 이 앨범의 첫 트랙인 행진은 2000년대 유행했던 소몰이 창법이 포함된 사운드로 문을 연다. 또한 CB MASS를 상징하는 가사인 '혼자보다 둘 둘보다는 셋'으로 가사가 시작된다. 1집에서는 두려움과 힙합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면 이 행진에서는 삶의 전진을 계속하겠다는 용기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휘파람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곡이다. 부드러운 기타와 볼륨이 적은 힙합비트라서 그런지 힙합의 묵직함보다는 힙합의 안정감 위에 하늘하늘한 느낌을 준다. 음악이 주는 따뜻함, 음악이 주는 기쁨, 음악과 같이 하는 삶을 예찬하며 춤을 추자는 가사, 그리고 감미로운 여성 보컬의 훅으로 인해 자유롭고 가볍고 부드럽게 춤을 출 수 있는 곡이다.
'CB MASS는 내 친구'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훅이 귀여우며 중독적이다. 또한 훅과는 대비되게 20대의 자신들의 삶을 써내려가는 가사들이 멋있기도 하다.
1집과 2집의 앨범 커버가 연관성이 있는 느낌인데 이 3집의 커버는 CB MASS글자가 크게 박혀있다.
동네한바퀴는 미니멀한 기타 사운드를 시작으로 삶의 외로움과 지침 속에서 다같이 놀며 즐기자는 메세지로 즐거움을 주는 곡이다. 또한 동네한바퀴(Massmediah)는 데뷔하기 전인 에픽하이의 랩을 들을 수 있으며 에픽하이와 CB MASS의 조화를 볼 수 있다.
CB MASS는 화려한 사운드, 뉴 잭 스윙 등 당시 미국에서 유행했던 장르를 활발히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미니멀 사운드, 붐뱁을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그들은 K-RAP이 아닌 K-HIPHOP을 보여준 힙합크루이다. 한국적인 라임, 한국적인 유머를 넘어 그들은 한국에서의 삶을 담았다. 서울에서의 비참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삶, 나약한 자신, 꿈을 향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벗어나지 못하는 삶 등 자신의 삶을 담아냈다. 이것이 바로 힙합이 아닌가?
자신들의 메세지로, 미니멀한 사운드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은 그들은 지금도 우리의 삶과 같이 걸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기에 나온 곡들이 2025년의 나의 비참함을 잘 묘사하며 알아준다. 시간이 흘러도 자신의 삶을 담은 가사는 변하지 않고 항상 누군가의 삶과 청춘 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의 청춘이자 삶인, 그리고 한국의 한을 담은 Blues로 인기를 얻은 CB MASS는 커빈의 횡령사건(VIP 사건)으로 해체되었고 개코와 최자는 마이너스 통장과 수많은 빚을 떠안게 된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음악의 여정이 끝나게 된 CB MASS이지만 최자와 개코는 다이나믹 듀오로 현재까지 음악활동을 함으로써 한국의 Blues를 담아내고 있다.
최자와 개코의 시간은 여전히 우리의 삶과 한국힙합과 함께하여 후대의 힙합 아티스트들에게는 대선배로, 한국힙합에서는 전설로, 우리의 삶에서는 공감과 위로, 그리고 그 누구보다 남자의 삶을 잘 묘사하는 아티스트로 흐르고 있다. 엄청난 역경과 어려움에도 힙합을 포기하지 않고 항상 한국힙합과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고 있는 최자와 개코에게 감사드린다.
사진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