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5.

이도 저도 아닌 해 질 무렵 같은 사람

by 황정현

해 질 무렵 같은 사람


체력보다 고되게 걷고 있는 중이다. 생각이 낭비되고 있다 생각될 때 무조건 걷고 본다. 몸의 에너지를 낭비하면 생각이란 놈은 주춤하는 법이니까. 단, 부작용은 밀려드는 발바닥 통증.


길은 분명, 잃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동서남북을 가늠할 수 없는 골목길 어귀에서 지는 해의 진~함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의 울림이란. 그때 문득 생각했다. "해 질 무렵 같은 사람이 되면 어떨까?" 때로는 아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나중엔 저녁 같은 사람이 편해졌다. 차갑던지 뜨겁던지 둘 중 하나만이 선택지였다. 끓어 넘치기 위한 임계점에 다다르기 위해 부단히 채찍질하거나, 모든 것을 체념하고 무기력해지기 일쑤.


북촌 계동 어느 골목길 어귀, 파란 것도 붉은 것도 아닌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해질 무렵 앞에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이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묻는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만, 저것도 이것도 아니어서 더 좋은. 동여맸던 마음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뉘엿뉘엿 이 시간의 템포에 맞추어 멍 때려 봐도 좋은. 이도 저도 아닌 저 해 질 무렵 같은 사람이 되는 건 어떤지에 대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