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워있지 않고 앉아있기

나는 누워있다.

by 헤 HE

나는 누워있다. 때로는 그대로 가루처럼 사라지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 조차 못한 채 바닥에 붙어있는 내가 싫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들(혹은, 자기 자신)이 찾아와 좀 일어나 보라며 다그친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물렁한 상체를 세워본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철퍽 쓰러지고 만다. 끌어내는 손길 앞에서 입은 웃고 있지만 뇌는 일어날 이유를 찾지 못하고 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이 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연설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나를 향한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한다. 상대방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는 걸 원치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의논하지도 않았는데 동시에 나에게 앉아 있기를 요구했다. 처음 한 명이 제발 부탁이라며 앉아만이라도 있으라고 할 때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그러나 두 명, 세 명이 더 같은 것을 부탁했고 나는 뭔가 나를 내버려 두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는 거, 하루에 앉아 있기 하나만이라도 해보자 싶었다. 첫날,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가 바로 다시 쓰러졌다. 알람을 끌 때마다 몸을 풍선인형 마냥 일으켜 세웠다가 몇 번의 헤드뱅잉 후 다시 쓰러지곤 했다. 나의 최선이었다. 그러다 터득한 방법이 방 문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들릴 때 벌떡 일어나는 방법이다. 방금 일어난 티를 안 내려고 머리도 매만진다. 그러자 주변인들로부터 ‘일어나 있으니 얼마나 보기 좋냐’, ‘오랜만에 깨어있는 걸 봐서 좋다’, ‘드디어 일어나는구나, 잘했다.’ 등의 반응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피드백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타이밍 맞춰 일어났다.

요즘은 그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내가 누워있지만 말고 뭐라도 하는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단지 앉아있는 것이라도.

일어나기 위한 한 가지 팁으로는 행동과 행동을 연결해 빈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일어나 앉기-밥 먹기, 일어나 앉기-모닝 페이지 쓰기를 통해 다시 누울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