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채로 한 달이 흘렀다. 남들이 무언가를 했다는 소식은 핸드폰을 통해 빠르게도 내게 전해진다. 소란스러운 스타벅스에 나 홀로 음료 하나 안 시키고 앉아있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나는 그 상황에 안절부절못하고, 조바심이 났다. 누워있는 와중에 나도 남부럽지 않은 대단한 걸 해내고 싶었다.
나를 단번에 바꿔줄 무언가를 찾아다녔다(손가락으로). 활동성을 찾아줄 것만 같은 자전거를 살까? 아니면 찐 살을 빼줄 복싱? 아기자기한 나를 돋보이게 해 줄 다이어리 꾸미기? 뭐든지, 그렇게 나를 대변할 무언가를 찾지라도 않으면 나라는 게 없어질 것 같았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는 필요가 없었고 내 하루하루는 뜻 없이 날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내게 감정일기 쓰기를 권하셨다. 치료를 위해 선생님 말씀 하나는 잘 듣던(운동, 기상, 취침시간은 하나도 못 지켰지만) 나는 그날 집 가는 길에 일기를 써보았다. 들고 다니는 노트에 간단하게 오늘 병원에 들른 일, 대기하면서 한 생각, 병원비를 내주는 엄마에 대한 작은 감사를 끄적였다. 대단한 걸 쓴 게 아닌데, 그날은 그냥 날려 보낸 게 아닌 날이 되었다. 비록 다른 날에는 누워있기 밖에 안 했지만, 그런 날 조차도 날마다 한 생각들이 다르고, 어떤 날은 씻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밥을 차려먹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내 일기장에 적혀있었다.
이제 일기를 쓴 지 6년 차가 되었다. 아날로그를 썼다가, 여러 어플을 거쳐 다니면서 대부분의 기록이 흘려보내 졌지만, 여전히 오늘 한 일을 기록하고, 느낀 기분을 적고, 종종 감사한 마음을 녹여낸다. 이렇게 적어놓은 것들은 나중에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훌륭한 소스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구석으로 내모는 우리에게는 일기만큼 좋은 말 상대가 없는 것 같다. 한번쯤 이 친구와 손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경험상 추천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