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에겐 당연했던 아르바이트는 조울증 발병 후 견디기 힘든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죽고만 싶은 아침시간을 이겨내고 출근해서, 매일 하는 루틴을 해결하고 나면 점심시간이었다. 녹초였다.
그동안의 아르바이트는 근처 밥집에서 아무거나 먹으면 1시간이 끝나버리곤 했다. 그런데 새로운 회사의 현관 문턱에 서서 발치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는 달랐다. 주변이 물가가 너무 비싸서 집 말고는 갈 데가 없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쉬자니(휴게 공간이 따로 없었다) 상상만으로 병이 악화되는 것 같았다. 집으로는 왕복 30분이 걸렸고 그 시간이 거듭 아까웠다. 알차게 쓰고 싶은 그런 마음.
그래서 처음에는 회사 건물 구석에 숨어서 1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들켜서 (어쩌다) 집으로 가게 됐다. 집으로 가기 싫었던 건 왕복 소요 시간 때문만이 아니었다. 집에 도착했는데 무장해제하지도 못하고, 그렇다 일할 준비 상태로 있고 싶지도 않은 그 애매한 틈은 내 우울이 찢고 들어오기 좋았기 때문이다.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뭘 위해서 이러고 있는 거지?’
‘일하러 가기 싫다. 내일도 가야 하는데. 모레도.’
‘쉬고만 싶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건 26분이었다. 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쉬고 싶다’는 마음을 들어줄 수 있었다. 빈백 두 개에 머리와 다리를 올리고, 타이머를 맞춘 휴대폰을 가슴에 끌어안고, 삐비비빅, 삐비비빅, 일어난다. 눈을 뜨면 일하러 가야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멍한 머리, 말 안 듣는 몸뚱이. 그렇지만 허둥지둥 나가면 맡을 수 있는 포근한, 혹은 차가운 공기. 다시 일하러 갈 힘이 조금 나고, 길게 자고 나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방법으로 나는 남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