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병원을 가고,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몇 알의 약을 먹게 됐다.
처음 병원을 가고,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몇 알의 약을 먹게 됐다. 내가 아프다는 걸 공식 인정받은 듯해서 만족스럽다가도 약을 삼키는 내가 정신병자가 된 건가 고민하게 된다. 이내 그냥 약을 처방받은 나일뿐이라고 생각하며 병원을 빠져나간다.
약을 일주일치 처방받았다면 처음엔 아마 삼일 치 정도밖에 못 먹을 것이다(다 챙겨 먹었다면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다). 나의 경우는 처음엔 다 나은 것 같아서, 그다음에는 부작용이 싫어서, 그다음에는 약효가 없는 것 같아서 약 복용을 내 맘대로 중단했다. 약이 효과가 없고, 다 나았다고 생각한 그 이주일은 먹은 당일 효과가 나타나는 약들의 소중함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다시 병원을 찾아가는 데에는 이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멍해짐, 두통, 입마름 등의 부작용은 당시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약을 조정받고, 견딜 수 있는 부작용은 안고 가는 걸로 얘기를 나눴다. 부작용보다 약효가 더 큰 경우에는 이렇게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 완치의 경우에도 의사와의 상의 하에 약을 천천히 줄여 나가야 한다. 단번에 끊으면 더 큰 고통에 빠져 더 높은 용량의 약을 복용해야 할 수 있다. 단약을 하는 것보다 의사와 상의 후 약을 조정하는 것이 훨씬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1년 넘게 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 지금은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는 약들의 중요성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나는 조울증이라 체감상 지구의 내핵과 오존층의 높이차와 같은 기분 변화를 겪었는데 이제는 지하와 에베레스트 정도의 차이로 변했기 때문이다.
약을 꾸준히 챙겨 먹기 힘들다면 알람을 맞추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매번 먹는 시간이 변동적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앞에서 말한 행동과 행동 연결하기를 써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기→약 먹기, 뭐하지?→약 먹기, 9시다→약 먹기, 자기 전→약 먹기의 연결로 하루하루 약을 챙겨 먹고 있다. 당장은 먹기 귀찮거나 싫을 수 있다. 나도 여전히 그렇다. 그렇지만 의사는 우리를 돕는 사람이라는 걸 믿고, 치료될 거라고 믿고 한 번만 더 약을 챙겨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