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손발톱 자르기

매일같이 손톱을 찢었다.

by 헤 HE

매일같이 손톱을 찢었다. 조금이라도 기어 올라온 손톱을 기어코 뜯어냈다. 다 뜯고 나면 그 다음은 발톱 차례였다. 손톱보다 단단하고 푸석한 매력이 있어 더욱 집중하여 뜯었다. 분리해낸 손발톱은 슥슥 밀어 눈에 안보이는 바닥 저 구석 쯤으로 날려 보냈다. 책상에 핏자국이 찍혔다. 어쩐지. 뜯을 때 아프더라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화장실을 가려는데 아까 뿌린 손발톱이 밟힌다. 에잇, 털어버리고 볼일을 본다.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데 옷감에 뾰족한 손톱들이 매달린다. 툭툭 끊어내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이렇게 생활했다.

어느 날, 또 다시 손톱을 뜯기 위해 보는데 내 손이 너무 못나 불쌍해 보였다. 흰 부분은 고사하고 붉은 부분 조차 짧아져 손가락 끝엔 살들만 불룩 튀어나와 있을 뿐이었다. 껍질이 찢겨나가 단층이 드러나고 군데군데 피가 맺힌 내 손. 흔한 말이지만 너덜너덜 한 게 내 상태와 같이 느껴졌다. 상처나고, 삐뚤빼뚤한. 그래서 뜯지 않기로 했다. ‘너라도 멀쩡해라’ 싶은 마음으로 찢고 싶어도 꾹 참았다. 그러다 보니 계속 길러져 자를 때가 왔는데 매일 침대 생활만 하다보니 손톱깎이가 영 멀게 느껴졌다. 자르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실행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손톱은 점점 길어졌다.

또 다른 날, 화장실에 갔다 오던 길에 충동적으로 손톱깎이를 찾았다. 그리곤 손발톱을 뚝뚝 잘랐다. 뜯지 않고 자르는게 몇년 만이라 손톱깎이를 쥐는 것 부터 어색했다. 정성스레 자르다가 마지막엔 마구잡이로 자르게 됐다. 그래도 완성됐다. 제각각이지만 단정한 손발끝이 되었다.

자리에 누워 계속 손톱을 바라봤다.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톱니바퀴 하나가, 작은 하나가 맞춰져 돌아가는 듯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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