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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찾아 May 23. 2018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회사 인재상

회사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을까?

* 이 글은 중소기업 혹은 전형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대규모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 쓰였으며, 일부 선진적인 업무 스타일을 추구하는 슈퍼 나이스 기업이나 스타트업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입사를 위해 '회사의 인재상'에 대해 궁금해하십니다. 회사의 홈페이지에 가도 '인재상'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있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창의', '혁신', '성과지향' 등의 카테고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연하게도 각 사업체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같았거나, 아니면 대충 멋진 말을 찾아다가 붙여놓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걸까요? 과연 회사는 어떠한 사람을 찾고 있을까요? 모든 직장인이 알고 있는, 하지만 누구도 꺼내놓지 못한 그 인재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것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다라고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과 주변 직장인들과의 소소한 대화를 통해 내리게 된 결론을 공개합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스마트함과 센스를 지닌 군인'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보자면 시키는 일은 모든지 잘 해내는데 약간의 명민함도 갖추고 있고 소셜 센스도 있어서 일을 시킨 사람보다 한 수를 더 내다보고 일을 처리해 두는 사람을 말합니다. 너무 실망스럽다고요? 군대문화 때문에 징글징글한데 군인 이야기가 또 나온다고요? 군인은 창의성과 거리가 먼 것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이런 인재는 어떤 사람이냐? 제가 모든 분이 공감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문제]
상사: 오늘은 우리 *** 과장을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하려고 해. 우리 김대리가 시간 날 때 가서 생일 케이크 하나 사와 봐.

오늘 직장상사가 생일파티를 하라고 해서 케이크를 하나 사 오라고 주문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하수들은 아래와 같이 일을 처리합니다.

[일을 매듭짓지 못한 직원]
상사: A 씨, 케이크 준비됐나?
직원 A: 네? 생일잔치는 보통 퇴근 무렵에 하지 않나요? 제가 아직 사 오지 못했습니다.
[기본기 없이 업무에 대해 모든 것을 물어보는 직원]
직원 A: 부장님, 케이크는 어떤 걸로 살까요? 파리***에서 살까요 아님 뚜레**에서 살까요? 아님 그냥 동네 빵집에서 살까요? 시폰이 좋으십니까? 아니면 생크림이 좋으십니까? 몇 시까지 사가지고 올까요? 크기는 얼만한 걸 원하십니까? 
[일을 크게 만드는 직원]
직원 A: B 씨, 내가 조금 전에 부장님에게서 케이크 사 오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시간 나면 같이 갈래? 갔다가 커피도 한잔씩 마시고 그러고 오면 좋지 않을까? 우리 C씨도 데리고 갔다 올까?


고수들은 아래와 같이 일을 처리합니다.

상사: A 씨, 케이크 준비됐나?
직원 A: 네 부장님, 여기 가까운 가게에서 시폰 케이크로 하나 사 왔습니다. 요즘 여성분들이 시폰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넉넉히 먹고 남으면 좀 싸가도 되니 가장 큰 걸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케이크만 먹으면 너무 목이 메일 것 같아 우유랑 커피를 좀 사 왔습니다. 예산은 담당 직원에게 확인해보니 이번 달 여유가 있어서 식비로 해서 법인카드 처리했습니다.

센스를 갖춘 초고수들은 이미 회의실에 케이크와 다과를 시간에 맞춰 준비해 둡니다. 직장상사로서는 덧붙일 말이 없으니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일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완성시켜야 의미가 생깁니다.


1. 일의 완결성
가장 먼저 직원은 일을 완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일이 주어진다면 가능한 자료들을 빠르게 취합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일이 목적대로 완결되지 않으면 일 자체가 실패로 남습니다.


2. 시간 엄수
설령 일을 완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납기)이 지체되면 안 됩니다. 기한 내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완결성 있는 업무라도 그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체될 것 같으면 미리 양해를 구하여 가장 늦출 수 있는 납기 날짜를 확인해야 합니다. 상사들 중에서는 본인이 검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납기를 더 줄여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장님께 20일에 보고하고자 한다면 자료를 18일까지 만들어 두라는 식입니다.


3. 예상 가능한 문제의 대비
여기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 '예상 가능한 문제의 대비'입니다. 이는 곧 업무를 이해하고 있고 이 업무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타날지를 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케이크를 사 오라고 해서 정말 케이크만 사 오는 사람이 있죠. 목적이 생일잔치임을 알았음에도 나중에 부장님께 '그런데 케이크만 사 오라고 하셨지 생일 초도 받아오라는 말씀은 안 하셨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지시하는 사람의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업무를 하면서 항상 완벽하게 상사가 지시하기만을 바랄 수 없고 만약 그렇게 바라고 있다면 권한 부여에 대한 부분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회사에 있을 때 설명회 자료를 작성하면 상사는 항상 제게 가능한 질문과 답변 목록을 만들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선배들은 상사가 요구하기 전에 그런 Q&A를 만들어서 보고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뜩이나 바쁜데 질문이 나올지 안 나올지 확실치 않음에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Q&A를 준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일을 잘 하고 내가 더 깊이 있게 일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가장 완벽하게 해 내는 사람이 바로 군인입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고, 그렇기에 선택의 여지없이 2년을 보내야 하며, 억압되고 폭력적인 문화 속에서 적절한 보수 없이 군생활을 해야 하고, 때로는 구타 및 사고도 많기 때문에 군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아마 이는 왜곡된 시각일 수 있습니다. 군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일을 수행해 내는 집단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인사 공부를 하면서 철강왕 카네기에 대해 리서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관계로 미국 노동역사를 공부하면서 피츠버그에서 철강사업을 했던 카네기는 아주 흥미로운 리서치 주제였습니다.  미국도 산업화되기 전에는 대부분 기술직에 큰 의존을 해왔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두를 구두 장인만이 만들 수 있고 가죽을 사서 무두질하고 완성품까지 만들어야 했기에 하루에 한 켤레 만드는 그런 식이었지요. 그런 도제식 업무가 즐비했던 가운데 카네기가 철강산업의 잠재성을 알아보고 사업을 크게 키우면서 자신의 회사에 들여오게 되는 기술이 바로 군대의 기술입니다. 역사상 그 누구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물건들을 철도로 수송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군대만이 당시에 유일한 그런 경험을 가진 집단이었고 그런 기술을 사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사이먼 사이넥도 리더십을 군대에서 발견합니다(유튜브에도 강의가 많이 있습니다). 그의 책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에서는 군대에서 사병이 먼저 식사를 하고 장교들이 나중에 식사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는 그러한 리더십을 높이 사고 군대는 숭고한 사명감이 있는 조직으로 정의합니다.


또한 성경에서 보면 예수를 따르는 사람에게 군인과 같은 자세와 정신을 요구하는 것도 볼 수 있게 됩니다. 군대야 말로 숭고한 정신 아래 일치단결한 조직입니다. 목표를 향해서 그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매진할 것을 요구하지요.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조직에서 한 업무에 대해 총괄적인 책임을 가진 분들은 더 폭넓은 사고로 유연하게 일을 해야 합니다. 또한 전통적 방식이 아닌 조직의 혁신적인 업무형태를 개발시킨 조직에서 일하신다면 혁신적 업무형태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조직에 있으신 분들은 '스마트한 군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셔야 합니다. 구태의연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일을 맡기면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70년대의 아픈 노동역사와 연결시켜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때로는 안 되는 것은 안되게 놔둬야 합니다). 하지만 일이 주어진다면 책임감 있게 수행해야 합니다. 조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이미 '조직'이라는 단어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적으로, 효율성을 가지고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조직에서 집단성, 효율성을 잃어버렸을 때는 그 존재가치가 흔들리게 됩니다.


군인의 일상을 생각해 보십시오. 아침마다 구보를 뛰고, 정기적인 스케줄에 자신을 몰아넣고, 조직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일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회사는 그러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충성심을 가지고 회사일에 매진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이제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데 사실 회사는 자기 회사에 더욱 충성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니 말이지요. 우리나라가 노동의 과도기에 있어 '충성심'에 대해 오해가 많을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서도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큰 이슈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깊게 위탁되어 일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군인과 같은 자세도 그 충성을 다 할 대상이 '그러할만한 대상'이어야 의미가 있겠지요.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뭔지 생각해 볼 때 한 번쯤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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