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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Jun 29. 2022

22-05 청소 먼저

3월 2일이 되기 전 나는 학교도서관에 세 번 정도 찾아와 청소 및 정리를 했다. J가 면접에 가면 꼭 도서관을 보고 오라고 했는데, 아마 내가 J의 말을 듣고, 면접일에 도서관을 보았다면 안녕히 계세요.라고 돌아섰을 것 같다. 나간 자리는 언제나 정리가 되어 있지 않고, 들어온 사람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물건과 상황들이 어색하니까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거겠지. 그건 내가 퇴사하고 나온 자리를 맞이한 후임에게도 마찬가지일 테니까라는 마음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학기를 마친 도서관은 매우 정신없어서 우선 흩어져 있는 책들을 모아서 정리했다. 쓸고 닦고 버릴 것들을 정리하니 뭔가 새로운 환경을 맞이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벽에 나란히 배치해 놓은 반원형 서가를 앞으로 꺼내와 신착도서를 배가하고, 문 쪽으로 튀어나온 대출대를 온 힘을 다해 밀어서 출입구의 공간을 좀 넓혔다. 뭔가 분위기가 좀 달라진 느낌이었다. 


이 도서관은 특이하게 사서만 사용하는 사무실이 따로 있었는데 사서실의 환경은 내가 3월 2일에 나와 바로 근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전임자의 물건이 쌓여있어서 연락했더니, 전 전임의 것이고 본인의 물건은 다 챙겼다는 답변을 들었다. 겨울 카디건에서 개인 위생용품까지 내 것이 아닌 물건이 그대로 있는 사무실에서 1년을 일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모두 모아서 하나의 박스에 모아 두고,  책상의 위치는 바꾸고 작업대의 위치도 변경했다. 1980년에 멈춰진 민트색 서가가 있는 도서관과 철제 캐비닛이 있는 사서실이었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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