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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Oct 07. 2022

22-14 점점 산으로 간다.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아 교감 선생님 두 분은 도서관 서가가 하나에 얼마나 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슈퍼마켓의 주인이 된 나는 정확히는 카탈로그를 봐야겠지만..이라고 말씀드리고 대강의 가격을 답해드렸다. 그랬더니 그럼 도서관 전체 서가를 다 바꾸면 얼마가 되냐고도 물으셔서, 눈으로 대강 훑어 서가 수를 세고 곱하기를 해서 알려드렸다. 


이게 시작이었다. 갑자기 도서관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떠냐고도 아니고 해야 한다고 하셨고 바로 그 주에 출장이 잡혔다. 교감 선생님께서 교육청에 전화해서 최근 2-3년 안에 리모델링을 마친 도서관을 알아내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장을 세 번 정도 다녀왔고, 출장을 다녀온 다음 날이면 나는 보고서를 쓰기 바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학교는 출장을 다녀와서 보고서를 결재받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사실, 나는 기간제 교사이고 내년이면 육아휴직에서 돌아오는 정교사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학기 초에 쌓여있던 폐기도서를 폐기하려고 했지만 정교사 선생님이 가만히 두라고 해서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리모델링을 한다는 것이 어쩐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교감 선생님께 에둘러 말씀드렸지만 두 분의 교감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은 이미 결정을 내린 후였다. 선생님이 해주세요.라고 하셨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질문이나 제안은 필요 없었다. 


그렇게 리모델링 공사의 주체가 내가 되어 버리고,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조직의 분위기를 그때그때 파악하며 이리저리 불려 다녔고, 나 혼자서도 돌아다녔다. 여름방학쯤 시작될 줄 알았던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방학에 시설부에서 연락이 왔다. 설계업체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고, 예산을 초과한 도면이 나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필요 없는 서가를 제외시켜야 하는데 그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제작 서가를 다 빼버리면 책을 어디로 내리고, 이 도서관의 리모델링을 왜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고집을 피울 수 없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18개의 서가 중에 9개의 서가를 뺐다. 나중에 교감 선생님께 보고하고 조정이 되긴 했지만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을 순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점점 이 도서관 리모델링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욕은 뭐 내 앞에서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공사에 들어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지만 한 편으로 드디어 시작되는 것인가! 도서관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도 된다. 


기대는 기대고, 일단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적어 보자! 하나씩 시작해보자!

도서관 폐기 파일 만들기

도서관 구입 물품 파일 만들기

도서관 임시 휴관 안내하기

휴관 기간 동안 운영 계획 작성하기

도서부 봉사활동 건 계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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