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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Sep 30. 2022

22-13 쓸쓸한 도서관

도서관의 위치가 이용률에 미치는 영향

예상했던 일이다. 나도 처음부터 우리 학교 도서관이 흥행에 성공하리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기에는 점심시간마다 북적이는 도서관을 보며 한참을 뿌듯해했었기 때문에, 2학기에 이용률이 뚝 떨어진 쓸쓸한 도서관을 맞이하니 퇴근할 때마다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 모두 입을 모으는 이유 중의 하나는 도서관의 위치이다. 학교에서 도서관의 위치는 이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긴 하다. 이 학교의 특성상 어지간한 전문대학교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고, 따라서 건물도 굉장히 많아 작은 건물들까지 모두 합치면 19개 정도 된다. 그중 하나의 건물이 도서관이고, 2층의 단독 건물이며, 정문과 교실동을 기준으로 제일 먼 꼭대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정문에서 도서관까지는 내 걸음으로 5분이 넘게 걸리고, 언덕을  올라와야 한다. 한마디로 교실동과 너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도서관의 위치가 이용에 영향이 크다는 것을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도서관은 어쨌든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면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어차피 고등학교 도서관은 초등학교 도서관처럼 대출과 반납이 자주, 많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과 친해지면 꾸준히 방문하는 학생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고, 1학기 동안 내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듯했다. 게다가 우리 학교 도서관은 급식실 바로 옆이니까.


그렇지만 2학기가 되고, 시간표의 변경이 생기자 점심시간 이용률이 뚝 떨어졌다. 도서관 이용을 가장 많이 했던 1학년의 점심식사 시간이 12시 30분 이후가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1학년 도서부원들에게 점심시간만 되면 문자가 왔다. 아직도 줄을 서고 있어요.라고.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13시가 되어서야 아이들이 겨우 헐레벌떡 뛰어와서 책을 반납하고 갔다. 책을 반납하고 다시 대출이 일어나야 다음이 있는 건데, 서가 사이에서 천천히 책을 고르고 펼쳐볼 시간이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않으니 반납만 하고 서둘러 교실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제는 2학년을 도서부들을 모아놓고 이런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주 신간도서 행사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보았다. 민지는 "선생님, 다다음주 중간고사가 끝나면, 독서 멘토링 대회 결과물도 제출해야 하고 그때가 되면 다시 도서관에 아이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라고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다음 주에는 신간도서 안내를 배포하고, 중간고사 이후에 북퀴즈 행사와 절대음감 게임을 점심시간에 진행하기로 했다. 절대음감 게임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일이 조금 부끄러웠지만 연준, 지훈, 준서, 민지는 많이 웃어주었다. 재밌을 것 같아요.라는 거짓말과 함께. 


아이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또 아이들 때문에 다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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