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1층은 가구 설치로 발 디딜 틈이 없고, 2층 장서실은 이관할 도서를 묶어서 전부 바닥에 쌓아 놓아 나는 물건과 묶인 책을 피해 깡충깡충 뛰어서 다니고 있다.
도서부원들에게는 이미 한 달 전에 공사 후에 봉사활동을 시작한다는 공지가 전달돼서 얼굴 못 본 지 오래지만 도서부장 연준만은 가끔 도서관에 들러 내 얼굴을 보고 간다. 처음에 도서관에 왔을 때는 너무 놀라서 다치면 어쩌려고 왔느냐고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연준이는 선생님 얼굴 뵈려고요. 라며 제법 어른인 척 대답했다. 이젠 내 옆에 와서 수다 아닌 수다를 떨고 가는데, 내용의 대부분은 이런 것이다.
현 도서부원 중에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가 있는데, 내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라던지, 내년 신입생 면접에 도우미를 하러 갔다가 썩 괜찮은 애를 봐서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던지, 꼭 도서부에 지원하라고 귀띔을 해 주었다든지, 그래서 도서부원 면접은 본인이 꼭 다 참여해야 한다고 신이 나서 한참 수다를 떨고 간다.
연준이는 내년의 일을 계획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내년이 없다. 정교사가 내년에 육아휴직을 1년 더 연장할 것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고민되었던 부분이 바로 고용의 안정성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지만, 잘 견뎌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짐을 싸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한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 깔끔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도서관이 되어 있을 텐데 내가 아닌 다른 교사가 이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약간 약 오르기도 하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녀)의 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아이들.
서운한 마음을 동동 구르는 발로 표현한 연준이의 뜨악한 표정은 아마 잊을 수 없을 거다.
Say Good Bye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부터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