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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Feb 03. 2023

22-21 나는 지금을 살지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니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방학을 기다리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물론 생활기록부 작성이 남아 있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담임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해결이 어려운 고민거리가 가슴 한가운데에 턱 하고 자리 잡고 있었다. 


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마 육아휴직을 한 정교사는 마지막까지 재다가 결정할 거예요.라고 누군가 귀띔을 해 주었고, 그와 동시에 교감선생님이 내년에도 있어주기 바란다는 말을 내게 전하긴 했었는데, 그 휴직이 6개월이라는 사실은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6개월을 근무하고 퇴직하느냐, 아니면 1년짜리 기간제 자리를 구해서 나가야 하느냐의 고민은 처음 기간제교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그때로 나를 다시 데려갔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고, 나는 1년을 계약했으니 1년을 마치면 나갈 마음의 준비도 했고 사실 우체국 박스에 짐도 다 쌌던 상황이었는데, 문제는 도서관이었다. 바로 휴직했던 교사가 오는 게 아니라 6개월의 시간이 붕 뜨는 것이다.


도서관은 리모델링을 하느라 2학기에는 전혀 문을 열지 못했고, 이제 리모델링이 끝나서 3월에 개관을 해야 하는데 인기 없는 6개월짜리 기간제 사서교사 자리에 누가 올까? 그렇게 사람만 구하다가 한 학기가 다 가버리는 것 아닐까? 아니면 또 상치교사가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만 보내다 가는 것 아닐까? 누군가 온다고 해도 6개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우리 도서부 아이들이 6개월마다 바뀌는 사서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려나 싶은 정말 쓸데없는 생각들이 떠올라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내가 이 학교에 6개월 더 남는다고 고마워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2학기에 6개월 다닐 학교를 구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교무부장님께 6개월 연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기간제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그때 이미 이런 일들을 겪을 예상은 한 것이고, 이 과정의 연습도 나에겐 필요하니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매여있지 말고, 지금을 재밌게 지내보자고,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나는 좀 더 단단해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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