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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Feb 09. 2023

22-22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는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적 독서습관 형성 및 학교 내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진로·직업 탐색 독서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청소년 독서문화프로그램입니다.  출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겨울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했다. 개학을 하니 문서함에 공람된 문서와 접수해야 할 문서가 한가득이었다. 공람된 문서는 빠르게 제목과 내용을 훑고 일괄결재하고, 접수된 문서의 내용도 읽고 부장-교감-교장선생님께 상신했다. 그중 하나가 예의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이하 책벌레들) 관련 건이었다. 매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하 국중)에서 하는 사업이고, 2007년부터 이어오는 오래된 사업이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지원금을 받아 독후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하면 되는 사업이었지만, 전국 100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니까 우리 말고도 많은 학교가 참여하겠지 싶어서 나름대로 패스하고 상신한 문서였다.


점심을 먹고 책상에 앉았는데, 교장선생님의 메신저가 날아왔다. 책벌레들 공문의 신청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검토 후 보고 드린다는 답변과 함께 다시 읽어보았다. 내용은 좋고, 할 만하기도 할 것 같았는데, 나는 2023학년도 1학기까지만 이 학교에서 근무할 것이고, 이 사업의 결과보고는 연말에 진행되는 일정이 문제였다. 활동만 하고, 제일 귀찮은 결과보고는 그녀에게 떠밀려 가는 꼴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올 해는 이 학교가 교지를 편찬해야 하는 해라서 동아리 활동을 교지편집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독서동아리 활동이 재밌긴 하겠지만, 교지편집 관련 동아리를 계획하고 있어서 해당 사업은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왠지 교장선생님 목소리에 힘이 빠지는 걸 느낀 건 나만의 착각인건가!


저녁에 집에 오는 길에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꼈다. 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도 했고, 사서교사로서 도서관 이용지도만 했다는 것이 왠지 걸리기도 했다. 짬짬이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했지만, 이렇다 할 눈에 보이는 활동을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해서 공문을 더욱더 꼼꼼히 읽어 보았다. 최소 12차시를 진행하면 되고, 인원도 20명 내외였다. 책 읽어 주세요.라는 프로그램이 필수였는데, 이는 모둠아이들이 서로 읽어주어도 가능한 수업이었다. 그렇다면, 1학기에 12차시까지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공공도서관에도 가보고, 영화도 보러 가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았다.


문제는 나의 마음이었다. 현재 재계약으로 알쏭달쏭한 나의 마음이 하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았다. 6개월만 있을 건데 일을 이렇게 벌여도 되는 걸까라는 마음과, 해보자라는 마음이 시소를 탔다. 그런 고민으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도서관에 찾아오셨다.


윽. 소심하지만 정면 대응하는 스타일. 누구? 나.


두 말하면 잔소리라고 왜 오셨는지 알 것 같아 책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나에게 메신저를 보내 전 이미 교육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몇 가지 여쭈어보셨다는 얘기를 하셨다. 아뿔싸! 바로 그렇다면, 그러시다면 진행해야지요.라고 속으로 읊고 바로 기안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로서 나의 고민은 끝이 났다.


나중은 나중에 알아서 하면 되겠지. 12차시 계획서를 빠르게 작성했다. 서둘러 작성한 계획서에는 책표지로 이야기 만들기, 컬러링 책갈피 만들기,  좋은 글 필사하기, 소설이 원작인 영화 보기, 도서관 탐방, 독서토론 및 독서퀴즈 등 다양한 활동을 넣었다. 이 활동들을 좋아할 아이들이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15명 어떻게든 모집해 봐야겠다는 다짐으로 책벌레 건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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