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하기 위한 첫 시간 수업으로는 '어떤 글을 읽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이 또는 책이 무엇일까 생각 보지도 않았을 아이들에게, 무작정 선생님 책 골라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글을 읽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일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어떤 목적으로 읽을 것인가부터 물어보아야겠다. 지식을 얻기 위한 읽기인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읽기 인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읽기인가에 따라 독서의 종류는 달라질 것이다. 두 번째로 목적에 맞는 글을 찾았다고 해서 꼭 나에게 맞는 글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글의 수준을 확인해 보아야 하는데, 그 수준이 반드시 학년을 의미하진 않는다. 쓰인 단어의 수준과 설명의 방법 등이 내 수준에 맞는 책인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어야겠다. 같은 학년이라도 독서의 수준에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목적과 수준에 맞는 책을 골랐다고 한다면 마지막으로 책의 형태를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다. 글씨가 너무 작아 읽기 불편하지는 않은지, 반대로 너무 커서 부담스럽지 않은지, 줄간격이 너무 좁아서 답답하게 읽히지는 않는지, 삽화가 내 스타일이 아닌지 그런 것들이 자칫 내용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지를 한번 확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다음 서가에 서서 브라우징(둘러보기)을 하면서 책을 꺼내 예의 기준들을 생각하면서 나에게 맞는 책이 어떤 책인지 골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꺼냈다 다시 넣었다를 반복하면서, 혹은 이번 시간에 대출하고 다음 주에 다시 반납하고 하는 이 과정을여러 번 거쳐도 상관없다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
책 선정의 기준을 나름대로 정하고, 그 기준에 맞게 고른 책이 어떤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이제 책을 골랐다면 읽기만 남았다. 7차시의 수업 동안 그럼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또 이야기해 보아야겠다. 매일 조금씩 자기 전에 읽을 것이라던지, 매주 방과 후 수업 시간에 읽을 것이라던지 또는 더 기발하고 찬란한 경우의 수가 나올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후자를 추천하고 싶은데, 부담 없이 와서 책을 읽는 시간을 주는 것을 가장 원할 것 같아서다. 어떤 수업이든 과제가 있는 건 나도 싫었어.
3차시부터는 아이들이 매주 모여 책을 읽을 것이다. 독서를 하게 될 것이다. 이번 반들은 인원이 적어서 아이들 하나하나 독서 기록을 보면서 진도를 확인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1인용 책상에 스텐트 불 빛아래서 독서를 할 것이고, 어떤 아이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서 책장을 넘길 것이다. 또 누군가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엎드려 졸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그냥 눈 감아 주어야지. 나는 이렇게 수업계획서 작성하면서 아이들을 상상하고, 수업을 상상했었다.
그래서 결론은.
결론을 얘기하자면 상상은 현실이 되기 어려웠다. 부모가 자식을 이기지 못하듯 나도 아이들을 이기지 못했다.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 아이들은 이 시간을 활용하고 싶어 했고, 서로 합의를 했다. 그중 책을 읽겠다는 아이들이 있어 이 계획을 적용할 생각이다. 관련 부장님이 나를 찾아와 연신 죄송하다며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게 두는 게 어떠냐고 했을 때, 어딘지 모르게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수업에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을 끌고 가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는 것에 안도했기 때문 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이 씁쓸하기는 했다.이 찝찝한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 알게 되었다. 그건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기분이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음으로 내 자존심을 지켰어야 하는데 나는 또 아이들을 상상하며 최선을 다했고, 외면당하면서 마음이 상했던 것이다.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학교에 처음 기간제로 일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를 다시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저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주고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자는 나의 다짐. 다시 한번 나는 기분이 없는 사람,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아무것도 아닌 사. 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