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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Sep 04. 2023

23-16 마지막 토론

너무 뜬금없는 마무리

나의 계약만료는 2023년 8월 31일, 목요일까지였다. 보통 학기별로 휴직하고 복직하라고 하지만, 월별로 끊어 복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는 2학기 시작을 해 놓고 학교를 나와야 했다. 2학기에 만난 아이들은 더 활기차고, 그래서 더 반가웠다.


총 3학기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과 많이 친밀해졌다. 점심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렸지만 교실로 돌아가기 미적거리며 짧은 점심시간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점심을 먹자마자 달려오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점심을 먹지 않고 도서관에 들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그런 아이들을 보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나의 첫인사는 '밥 먹었니?'로 시작되었다. 안 먹은 아이들은 식당으로 쫓아내거나, 행사 때 사용하려고 남겨놓은 초코파이와 피크닉을 간식으로 주었다. 책을 꽂으러 서가에 들어가면 둘셋은 꼬리에 붙어 각자 자기 이야기들을 쏟아 냈다. 순서를 기다리지 못해서 서로 목소리가 섞이기도 해 한 명씩 얘기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각자 앉아서 책을 좀 읽으면 안 되겠니?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 나와 이야기를 아니,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걸 더 좋아했고,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 도서관에 오는 것 같았다. 퇴직 날짜가 다가올수록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었다.


나는 나의 퇴직 3일 전을 독서토론 날짜로 정했다. 사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좀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점심시간을 정했다.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아이들에게는 점심을 먹지 말고 도서관으로 오라고 전달했다. 


우리가 읽은 책은 2권이었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과, 츠지무라 마즈키의 거울 속 외딴 성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던졌고, 의외로 아이들은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대답도 잘했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책에 관한 수다를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퇴사를 알렸다. 아이들은 몹시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현실을 파악하고 다음에 오는 선생님은 예쁘냐고 묻기도 했다. 별로 서운하진 않았다. 


학교 전체로 소문이 퍼져나가 도서관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찾아왔다. 마지막 날에는 키가 170이 넘는 남자아이가 울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조차 귀여웠다. 마지막 날에는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보고 싶었던 아이들이 모두 모였고, 아쉬우니 사진을 찍을까라는 나의 제안에 모두 동의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퇴근 시간까지 아이들이 찾아와 마무리해주었다. 


시작도 아이들, 마지막도 아이들이었던 나의 첫 학교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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