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교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누가 뭐래도 청소이다. 교감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하루 전날 학교에 갔었다. 나는 출근한 그날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책상이라도 정리해 두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아주 간단하게 사라졌다. 선반마다 정리되지 않은 책들이 올려져 있었고, 바닥에 알 수 없는 정체의 박스가 10개가 넘었다. 대출대에는 내 가방조차 올려놓은 공간이 없었다. 말끔하게 포기하고 1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이유다.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종류와 양이 아니었다.
다음 날 선반마다 쌓여 있는 책들을 제 자리로 옮기고, 제 자리가 없는 책들을 모아 한 곳에 모아 두는 일부터 시작했다. 대출대에서는 바닥에는 먼지가 솜뭉치처럼 굴러다녔고, 전 선생님이 잃어버린 듯한 운동화 한 짝까지 컴퓨터 밑에서 나왔다. 바닥을 정리하는데만 하루가 걸렸고, 대출대의 잡동사니와 도서실 바닥 군데군데 흩어져있는 박스를 다 모아서 정리하는데 일주일을 다 버린 것 같다.
하나의 박스를 열자 아마도 아이들에게 나눠주어야 하는 책인데 다 나누어주지 못한 듯한 책들이 있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어 일단 대출대에 보관해 두기로 했다. 내년에도 이 학교에 남게 된다면, 이 책을 활용해서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