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잔잔한 나날들이었어요.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외에 학교는 괜찮습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모두 좋은 마음으로 나를 대해주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저렇게, 작거나 크게 감정이 동요되는 일들이 있었지만 그게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명상 중에 그런 일련의 일들이 떠올라 생각에 꼬리를 물었지만 다시 흘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크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일상이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 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마음이 과연 평온한 걸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기쁜 일도 그렇게 기쁘지 않고, 언짢은 일들에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매사에 내가 심드렁해지고, 뭔가 삶에서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이런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 말이에요. 제가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삶에 어려움을 겪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였는데요, 그때 그 절실했던 나의 마음이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굉장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두렵죠.
사실은 많이 두렵죠. 다시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날까 두려워요. 다시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그 일은 전처럼 저를 모조리 흔들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렇군요. 저는 결국 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있는 거예요. 상황이 바뀐 것일 뿐, 내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어요.
바라보기로 합니다.
그때 나의 절실했던 마음이라..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제 앞에 놓여있었던 단지 하나의 문제 해결을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마음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으니까요.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일, 외면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일, 지금의 편안함이 오롯한 진짜 평안이 아님을 알고, 내 안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아차리는 일.
정말 될까요?
한 번 해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시 얘기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