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시작한 첫날, 아무나 잡고 수영장 문 앞에서 수영장이 어디냐고 물었던 나는 그분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로 여기라고 말해주었던 예쁘장하게 생긴 아줌마였다. 이제 아줌마라고 해도 내가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일 테지만. 그 후로도 나는 그 분과 같은 레인에서 혹은 옆 레인에서 수영을 했다. 가끔 눈이 마주칠 때면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나의 눈을 피하지 않고 괜찮다는 눈빛으로 끝까지 바라봐주었다. 그럼에도 용기가 없는 나는 눈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한 번 수영을 할 때마다 1,000미터를 채우려고 노력했고, 더 나아가 30분에 1,000미터를 왕복하는 데 성공했었는데 30분 수영으로는 내가 본래 수영장을 다닌 목적에 다다르지 못했다. 몸무게를 줄이는 것도 그렇지만 수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퇴근시간 막히는 길 때문이었다. 30분 수영으로는 여전히 1시간이 족히 걸릴 만큼 차가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 시간을 늘리기로 마음먹었고, 이제 1,500미터를 꾸준히 해보기로 한 것이다.
1,500미터를 돌고 물에서 나와 나는 침탕, 스파탕에 들어가 좀 더 따뜻한 물에서 어깨와 다리를 풀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느긋하게 샤워를 하는데 예의 그분께서 내 옆에서 샤워를 했고 다시 눈이 마주쳤고 그제야 나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 누구시길래 이렇게 인사를 하나?라는 표정으로 내 인사를 받은 그분에게 전에 수영장 앞에서 수영장이 어디냐고 물었던...이라고 말하자 손뼉을 치며 나를 반가워했다. 아마도 수영을 하던 나와 그날 질문을 했던 나를 동일시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3주 만에 인사할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혹자는 내게 분명 나의 mbti는 E로 시작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I x100 되는 사람이다. 일상적인 인사도 그냥 생각나면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3주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드디어 용기 내어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E라고 할 수 있냐는 말이다. 자꾸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그저 다정한 사람이라고, 아니 다정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저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