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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외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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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Nov 22. 2023

저녁수영 그리고 명상

4시 50분 종이 울리면 컴퓨터를 끊다. 그전에 끄고 50분 종이 울리면 퇴근을 해도 되지만 49분에 메신저 리스트를 보았을 때 OFF인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50분 종이 울리면 메신저 로그아웃을 하고 컴퓨터를 끄기로 했다. 수영을 하는 요일이면 뭐 그렇게 마음이 바쁘지 않다. 이미 퇴근을 늦게 하기로 그래서 집에는 늦게 도착하는 것으로 정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학교에 더 머무르는 것은 싫다. 그냥 집으로 갈까? 따뜻한 저녁이나 먹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나는 퇴근하자마자 수영장으로 출발했다. 오늘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수영장 주차장은 언제나 만원이다. 어떤 날은 주차장을 두세 바퀴 돌고 난 다음에는 겨우 자리가 날 때도 있다. 그래서 자리가 날 때까지 아침은 아니지만 남은 나의 하루를 주차 자리로 점을 쳐보기도 한다. 주차장에서부터는 마음이 이상하게 바빠진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많은 시간도 아닌데 빨리 수영장에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마음 때문이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다. 따뜻한 물로 씻고 있으니 차가운 수영장 물에 들어가기가 싫다. 다시 마음이 요동친다. 그냥 샤워만 하고 집에 갈까? 개운한 상태로 딱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갈등을 했지만 수영복을 입고, 수모를 썼다. 다시 한 고비를 넘겼다. 


이 시간의 수영장은 어린이 강습이 끝나고, 성인 강습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이다. 물어 들어가 벽을 발로 차니 내 몸이 물속에서 쭉 나간다. 나를 스치는 물살의 느낌은 그간의 갈등을 아무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릴 만큼 좋다. 그중에서도 처음 50미터는 몸은 너무 가볍고 호흡이 가쁘지도 않고 누가 나를 뒤에서 밀어주는 것 같고, 앞에서 끌어 주는 것처럼 몸이 앞으로 쭉쭉 나간다. 그 이후부터는 숨이 차면 숨에 집중하고, 팔에 아프면 팔에 집중하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에 집중하고, 속도가 너무 빠르면 속도에 집중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며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문득 오늘은 수영을 하는 동안 명상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에 집중하지 않고 생각들을 물살에 스쳐 보내는 연습으로 명상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수영 시작하고 난 이후 최고의 기록, 2천 미터를 달성하고 말았다. 


3줄 일기

- 오늘 가장 후회되는 일: 진주귀고리 침이 떨어진 일. 속상해. ㅠㅠ

- 오늘 가장 행복했던 일: 아침 카톡 수다와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한 일

- 내일 할 일: 귀고리 산 곳에 연락해서 수리 요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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