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후 나의 일상이 너무 게으르고 나태한 것 같아 좀처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또한 나에게 온 휴식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삶에 크게 불만족스럽지 않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런 평안함은 내게 있으면 안 되는 감정인 것처럼 명상을 하려고 하면 이런 문제들로 문제로 삼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늘의 명상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명상을 시작하고, 숨소리에 좀 집중하다가 다리가 아파와 다리를 풀고 좀 주무르다가 다시 자세를 가다듬어 숨쉬기에 집중했다. 그것도 잠시 머릿속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스쳐갔고 어떤 건에 대해서는 꼬리를 무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내 빠져나와 다시 숨에 집중했다. 그런데 문득 뜬금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선생님이 어땠나요?라고 물으시길래 망설이던 질문을 했다. 너무 기본적인 것인데 나만 모르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편안하게 말해보라고 하셔서 용기 내어 말했다.
명상을 하면서 왜 다른 생각에 빠지면 안 되나요?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하늘이 떠다니는 구름 속에 나의 생각 하나하나를 넣어 하나씩 사라지게 하며 하나의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 연습을 했다. 물론 잘 되고 있진 않지만, 문득 왜 생각에 집중하면 안 되나? 생각을 깊이 있게 따라가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물음에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답을 주셨다.
생각에 빠지는 것은 알아차림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명상의 관건은 이 알아차림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에 빠진다는 것은 알아차림이 없는 상태로 나아간다는 말이다. 명상은 명상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깨어있는 즉 알아차림이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를 바라보는 것 이 연습이 잘 된다면 감정이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는 내가 정작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일전에 선생님께서 깊이 생각을 좀 해보았으면 하는 주제가 있었는데 나는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아예 까맣게 까먹고 있었던 것.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께서는 그때 그 주제에 관해서는 생각을 좀 해보았는가.라는 질문을 하셨고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명상에서 마음이 무겁고 왜 그 질문을 잊고 있었는지에 대해 자책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