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있는 채린이는 나의 농담을 잘 받아주었다. 그런데 나는 진짜 채린이를 주말에 생각했다.
작년 10월 학교에 처음 와서 만난 아이들은 도서부였다. 도서부 아이들은 내가 출근하기 전부터 교감선생님께 곧 사서선생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를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사서교사가 없는 도서부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교감선생님은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대출도 하고 반납도 하고, 책도 골라 도서구입도 했다며 기특하다고 칭찬했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이가 없어 잘 모르겠지만 마치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밥도 해 먹고, 빨래도 하고, 동생도 돌보았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도서부 아이들은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1학기 내내 사서교사가 없었고, 학기 중간에 선생님이 오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렇지만 내내 비어있던 도서관을 정상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고, 도서부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하나하나 보이지 않아 신경 쓰기 어려웠던 그런 날들이었다. 아이들이 그저 하나의 무리로 인식되던 때였다.
그중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있었다. 첫 출근을 하고 막 짐을 푸는데, 잠에서 방금 깬 듯 머리가 위로 치솟은한 남자아이가 도서관에 와서 인사하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아침에 와서 책을 자주 읽는다며 책을 읽다가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학년 도서부 아이였고, 그날 이후로 아침 독서는 없었다. 그 아이는 윤후였다.
출근하고 한 달이 안 된 어느 날 한 여자아이가 와서 방과 후 선생님과 함께 만든 쿠키라며, 내 손에 따뜻한 쿠키를 쥐어주었다. 봉지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보이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너무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쿠키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남은 쿠키는 가져와 엄마와 나누어 먹었다. 맛있었다. 이 아이는 채린이었다.
지난 주말, 핸드폰 사진을 보다 쿠키를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채린이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채린이는 늘 따뜻한 아이였다. 독서행사에서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미는 아이였다. 그 따듯함은 나에게도 전해지는 중이다.
니 모든 이야기를 채린이에게 해주었다. 채린이는 선생님, 감동이예요. 하며 ㅠㅠ 눈물 흘리는 포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