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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Aug 05. 2022

22-10 시험감독

1차 고사와 2차 고사를 마치고

학교에서 학사일정표는 매우 중요하다. 학사일정이 학기 초에 정해지면 그 일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내부기안의 일정에는 학사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놓긴 하지만 일정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1차 고사 즉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시험 감독에 관한 안내가 날아왔다. 시험 감독 교사 시간표는 학급별로, 교사별로, 요일별로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 있었다. 이제 메신저로 날아드는 모든 문서에서 Ctrl+F로 내 이름을 찾아보는 일은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날부터 1차 고사가 시작되는 날까지 또 걱정에 걱정이 쌓여갔다. 나는 사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또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다. 다행인 것은 나는 그 상황을 극복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 그래서 이런 스트레스가 지금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사부님들, K선배와 L에게 전화를 걸어 시험 감독에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했고, 중학교에 있는 교사 친구에게도 연락했지만 나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모두 별 것 아니라는 소리만 했다. 나도 별 거 아닌 걸 알고 있지만 별 거 아닌 걸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꽈!


다행히 첫날은 부감독에만 배정되었는데, 이는 담당 선생님께서 교직 첫 해인 나를 배려해 주신 덕이다. 내 생각엔 1차 고사 모두 부감독을 주셨으면 했는데, 배정표를 보고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엑셀 파일에는 누가 정감독을 몇 번했는지 부감독을 몇 번 했는지 고스란히 적혀있었고, 첫 메신저 이후 수정 파일이 계속 오는 걸 보면 아마 이 숫자에 매우 민감해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유튜브부터 블로그란 블로그를 모조리 검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또 너무 지쳐서 마지막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마음을 접긴 했다. 


시험 첫날 교무실은 매우 분주했다. 과목명과 문제지, 학년과 반을 확인하고 정감독에게 문제지를 나눠주는 선생님이 계셨다. 정감독은 문제지를 받고 서명을 한 후 교실로 이동한다. 내가 부감독인 경우에 정감독 선생님께서 교실에 오실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입실했다. 학교는 1-3학년 교실이 여러 건물에 있어서 찾아가는 일이 걱정이었는데, 교감선생님께서 친히 함께 가주셨다. J가 교감선생님은 그냥 엄마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때 절실히 느꼈다. 


해당 교실에 입실하면, 감독 선생님들은 눈으로 모든 말을 한다. "제가 시험지를 나눌 테니, 선생님은 답안지를 나눠주시죠."라고 눈으로 말하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눈으로 답하고 답안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제가, 답안지에 서명을 할 테니, 부감독 선생님은 앞쪽에서 감독해주세요."라고 눈으로 말하면, 부감독 선생님은 알았다고 눈으로 답하고 앞으로 나와 주셨다. 


가끔, 정감독 없이 부감독에만 배정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텀블러와 읽을 책을 가져가야 한다. 자율학습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음 시간에 있는 시험공부를 하고, 나는 책을 읽는다. 


1차 고사가 끝난 후 정말 해보면 별 거 아니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고, 친구들이 왜 나의 진지한 물음에 그렇게 가볍게 대답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2차 고사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마치 노련한 N연차 교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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