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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Jun 24. 2022

22-02 면접은 너무 오랜만이라

2022년 1월 이직을 마음속으로 결정하고, 조용히 교육청 사이트의 기간제 교사 구인 게시판을 매일 새로고침 하며 모집 공고를 기다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기간제 교사의 구인 공고는 1월이 아니라 2월에 쏟아진다는 것. 하지만 알았더라도 내 마음의 조바심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특이하게 1월 초에 공고가 올라온 학교가 하나 있었고, 학교 위치를 검색해 보았더니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였다. 지방에서 30분 거리는 꽤 먼 축에 속했지만, 지금 나에게는 지원 경험, 면접 경험 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적어서 출사표를 던졌다. 남편에게도 시험 삼아 내 보는 거야.라고 말했다.


서류를 제출하고 바로 다음 날 마치 내 서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잘 접수했다는 다정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고, 그리고 며칠 뒤 서류 합격했으니 면접에 오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도대체 기간제 교사 면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를 알아보기 위해 난 그날로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신문기사부터 블로그, 유튜브에 '기간제 교사', '사서교사', '기간제 사서교사 면접'이라는 검색어를 수 백번 검색하고 또 검색하고,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오랜만의 면접은 엉망진창으로 끝났다. 전날 밤 애지중지 작성한 모범 답안을 출력해서 달달달 외웠지만 예상 질문을 한 참 빗나간 준비였음을 면접 자리에 앉아서야 알게 되었고, 나는 당황한 나머지 엉뚱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답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내가 이렇게 면접을 보다니!라는 한심한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두 명의 교감선생님과 외부 면접관님은 얼마나 답답한 마음이셨을까.


학교는 사서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학교는 사서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채용하는 것이다. 면접관들은 내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을 것이고, 나는 그 대답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나는 나의 경력만을 강조하는 답변을 준비했던 것이다. 사서인 나의 입장에서는 대학병원의 이용자든, 고등학교 학생이 이용자가 되든 이용자 서비스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서이기보다 먼저 교사라는 사명을 생각했어야 했다는 것을 면접이 끝난 후 알게 되었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그 길로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모처럼 정장에 구두를 신은 딸이 예쁘다며 연신 칭찬했고, 나는 우울했지만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며칠 후 합격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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