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C Jan 31. 2023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것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물론 나는 망치를 든 자가 아니다. 그 밑에 두더지다. 남들과는 다르게 튀어 오르는 순간, 망치에 의해 다시 들어가야 한다. 도서관은 실적을 내는 사업부서다. 도서량과 이용자 수, 프로그램과 참여자 수 등의 실적이 교육청 자료와 국가 통계에 포함된다. 발생하는 일은 모두 문서를 통해 이뤄지고 기록되며 행정감사 자료가 된다. 실적으로 다른 기관과 쉽게 비교되고 모든 행적이 문서로 남기 때문에, 늘 철저하고 조심성이 앞선다. 튀면? 곤란하다. 대신, 업무에 대한 모든 것이 문서로 남아 있어 과거의 문건을 보고 내가 인계받은 사업의 윤곽을 빠르고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직장에 비해 거대 조직에 들어와 일하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있기도 하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생쥐가 된 기분이랄까. 나는 조직을 구성하는 하나의 직원이지만 반대로 이 큰 조직이 나를 대변하고 나타내는 하나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조직의 수익 실현이 우선시되는 은행업(전 직장1)과 세무업(전 직장2)과는 다르게 교육이라는 공적 가치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뿌듯함 역시 있다. 처음엔 유연성이 떨어지는 거대 조직,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상명하복 집단인 공무원 조직에서 일하는 것에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니 내가 이 안정된 구조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업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고 내 사업을 검토해주는 상급자가 있다는 것, 거대 조직에 속해있다는 소속감 등은 떨어지는 유연성의 단점을 어느 정도 덮고도 남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소재로 일하는 기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