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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Feb 28. 2022

믿음, 그 위험한 희망에 대하여

<신글 10-8. 내가 믿는 것>  

#. 그

"사장이 날 못 믿는 것 같아.."

그는 20명 안쪽이 근무하는 작은 공장의 부장으로 일했다. 직급으로는 사장 바로 밑이다.

중간 관리자로서 인사 관리뿐 아니라 현장의 돌아가는 일을 총괄했으며

온갖 공문서를 비롯한 행정적, 법률적 일 처리까지 도맡아 했다. 사장은 자주 자리를 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할에 걸맞은 권한이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사람을 관리했으나 사람을 뽑을 권리는 없었다.

꼭 필요한 기기나 물품을 건의할 수 있으나 구입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없었다.

공장이 기틀을 잡고 눈에 띄는 연매출 성장을 이루었어도, 회사는 개인의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있기는 한 걸까.

회사 안에서 자신의 전망을 그릴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다니던 곳을 정리했다.


#. 소년

소년은 고등학교 입학 후 엉덩이에 뾰루지가 날 정도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더니 학교에서 주목받는 아이가 되었다. 작은 시골학교에서, 저대로라면 인 서울 할 인재감으로 찍혔던(?) 게다. 2학년이 되자 그만큼의 관심은 어른들로부터 걱정과 우려를 낳았다. 소년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 여자 친구는 나중에 사귀면 안 될까?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까워서라도...?'

주변 어른들은 조심스레 목소리를 꾹꾹 눌러 담았다. 그래도 소년은 느낄 수 있다.

주위의 시선이 온통 불신과 우려로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어른들은 이상해. 공부는 공부고, 연애는 연애지. 연애한다고 공부 꼭 못하는 건 아니잖아.

엄마도 나 못 믿어?"

소년의 엄마 또한 "물론 믿지~!"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지 못했다.

소년이 연애도 공부도 나름 할 만큼 하더니 인 서울,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난 후 소년의 엄마는 깨달았다.

당시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 소년에 대한 걱정과 기우라고 포장했던 마음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던 불신의 끄나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 그녀

"**아, 내가 널 위해 얼마나 기도하고 있는지 알아? 교회 나오게 해 달라고."

절친이었던 친구는 소위 운동권에 빠져 열심이었던 그녀를 전도하기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나 주님은 친구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자신이 확인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쉽게 믿지 못했다. 그녀의 뇌는 실용적, 현실적, 논리적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훗날 사랑, 우정, 믿음, 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중년이 되어 큰 수술을 두 차례 하고 나서야 그녀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신이 있다면 제발 살려 달라고, 이번 한 번만 살려주면 교회나 성당 열심히 다니겠다고, 보이지 않는 신에게 협상 내지 협박을 건네는 기복신앙에 다를 바 없었다. 그녀가 회복되었을 때 그녀는 마음 한구석 양심에 찔려 스스로 한 약속대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사와 코로나를 핑계로 그녀는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도 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에게 종교는 알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입에서 얼버무려지는 애매한 무엇이다. 선명히 보이지 않는 반투명 시트지 같다. 이제라도 주님은 친구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종교에 대한 믿음이 튼실한 사람을 보면, 그녀는 어떻게 그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믿음은 관계의 소산이다. 누구를 함부로 어떻게 믿을  있겠는가. 사람이나 신이나 관계를 맺고 알아가고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과정과 노력으로 얻어지는 귀한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은 역시 용기와 의지를 필요로 한다. 증명되지 않은 사실, 가보지 않은 , 겪어보지 못한 관계에 대해 희망을 노래하고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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