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책 좀 추천해 주세요."
도서실을 찾는 아이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줄래~?"
책 빌리러 온 아이들에게 대출을 먼저 해주고 기다리는 친구를 위해 서가를 살핀다. 평소의 대출 이력으로 그 친구의 독서취향이 내 머릿속에 있으면 참고를 하지만, 없을 경우엔 학년과 독서력을 감안해 일반적인 양서나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해주고 있다. 물론 나의 정보서비스에 만족도가 높은 아이들은 도서실을 찾을 때마다 매번 책 추천을 요구한다.
학교도서관은 현재 적게는 만 권에서 많게는 삼만 권이 넘는 장서를 관리하고 활용을 돕는다. 자료를 수서할 때는 특히 공을 들이게 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책을 들여놓아야 독자들이 읽고 싶은 책도, 내가 추천해 주고 싶은 책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수서 목록을 뽑을 때는 교보문고,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 양서를 추려내기도 하지만 '어린이 도서연구회'나 '책 씨앗' 등 전문 플랫폼을 살펴보기도 한다.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누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도서실에 들어오는 각종 정기간행물도 참고한다. 예를 들면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 <행복한 아침 독서>, <사서와 함께 행복한 책 읽기> 등이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어린이 책 중 양서, 교육과정에 도움이 되는 책, 희망도서들을 추리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책의 반은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학교 예산이나 도서실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서 혼자 - 학교도서관 운영은 1인 사서 체제 - 그 많은 책을 다 살펴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함께 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활동해 온 연구회 선생님들과 일종의 협업을 하는 셈이다. 타학교 사서 선생님들과 매 학기 방학마다 현장 수서 -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살펴 봄 -를 통해 책 이야기를 나누고 월 1회 온라인으로 주제도서목록을 공유한다. 예를 들면 과학, 환경, 죽음, 반려동물 등 월별 주제를 정해 정보원을 수집한다. 그 과정에서 좋은 책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선별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일상의 활동이 축적되어 결과물로 나오는 게 한 학기 수서 목록이다.
공을 들인 만큼 책을 들여놓으면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정말 많다. 즉 소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가가 그림으로 말하고, 음악가가 음악으로 얘기하 듯 말이다.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그림책부터 이야기 속으로 포옥 빠져들게 하는 문학 분야의 책은 물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철학, 인권, 심리, 교양 도서도 구미가 당긴다. 사회나 자연과학 분야의 지식책도 다양하다. 어릴 때 세계문학전집이나 아동문학전집으로 책장을 채워 그중 몇 권만 읽을까 말까 전시용으로 여기던 때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시간이다.
독서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생활 속에 즐겁게 스며들어 마음껏 상상하고 펼쳐볼 수 있기를. 시간에 치어 책 읽을 시간이 없다, 고 말하거나 집이나 학교에서의 잘못된 독서교육으로 또 다른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