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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ul 07. 2022

<토르: 러브 앤 썬더> 마블영화는 본래 오락영화였다

마블시리즈를 처음부터 보아온 팬들이라면 <앤드 게임> 이후 서서히 다음 세대에게 히어로의 자리를 물러주고 있는 어벤져스멤버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앤드 게임>에서 은퇴가 확정된 1대 캡틴아메리카 스티븐 로저스부터 블랙펜서인 티찰라, 케이트 비숍에게 추후 호크아이의 자리를 물려줄 것처럼 보인 클린트 바튼, 블랙위도우인 나타샤 로마노프와 MCU사가의 뿌리라 할 수 있었던 아이언맨까지. 어벤져스 초기 멤버들이 하나둘씩 다음 세대에게 양위할 동안 나 홀로 현역에서 대체 불가의 매력으로 활동 중인 토르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토르: 라그나로크> 이후 조금 바보 같지만 우직하고 정의로운 형의 이미지가 씌워진 토르는 그렇게 자칫 무거울 수 있는 MCU에서 가오갤 멤버들과 함께 B급 감성을 담당하며 여전히 오락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영위했다. 그런 토르가 자신을 왕자에서 영웅으로 만들었던 제인 포스터와 함께 관객에게 다시 돌아왔다.


<앤드 게임> 이후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고자 떠난 토르 앞에 신 도살자 고르가 나타난다. 자신이 섬긴 신에게서 배반당한 뒤 사랑하는 딸을 잃은 고르는 신들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감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그런 그를 저지하기 위하여 혈전을 벌이던 중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제인 포스터가 마이티 토르가 되어 묠니르를 들고 그의 앞에 나타난다. 그렇게 고르에게서 모두를 지키기 위하여 토르는 옛사랑인 그녀와 함께 신들의 왕 제우스가 있는 옴니포턴스 시티로 향한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의 네 번째 단독 영화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페이즈 4의 여섯 번째 영화이다. MCU시리즈의 직전 개봉작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스2)가 짙은 감독색과 진입장벽으로 인하여 호불호를 안겼다면 토르는 진입장벽은 낮으나 감독의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와 같이 B급유머, 영어권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차이가 호불호를 나눈다. 평소 마블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더라도 프렌즈의 챈들러 식 미국유머가 마음에 맞는 이라면 재미있게 관람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라면 시종 갸우뚱할 것이다. 어쩌면 기존 마블영화를 재미있게 보아온 이더라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타이카 와이티티감독의 토르를 좋아하기에 힘들다. 이는 닥스2와 마찬가지로 감독색이 짙은 마블영화가 가진 장단점이라 볼 수 있겠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처럼 미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더라도 그 미국식 B급유머가 퍽 재미있게 느껴지고, 통일성을 보인 상업영화에 가깝던 마블영화들이 개성이 뚜렷한 감독들을 영입하여 작품의 예술성을 고려하는 것이 반가운 데다가, 앞선 이유 다 필요 없고 그저 마블 영화라면 앞 뒤 안 보고 사랑할 MCU의 팬이라면 이번 토르 역시 그저 반가울 것이다. 오랜만에 진입장벽이 낮아 새롭게 팬을 유입할 수 있게 만든 영화이자, 마음 놓고 편히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오락영화이면서 보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그런 류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영화의 운명은 동일감독의 전작에 따라 이미 결정되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마블영화엔 등장하지 않을 것 같던 의외의 배우들이 보여준 호연이 이 영화를 더욱 반갑게 만든다. 후반부의 다소 급변하게 바뀌는 고르의 감정선을 오직 연기력으로 커버한 크리스찬 베일과 능청맞으며 적당히 야비하고 동시에 권위 있는 제우스를 연기란 러셀 크로우는 어느 배역을 맡던간에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그저 그 캐릭터로 보인다는 적절한 예시처럼 보인다. 실제로 마이티 토르를 연기하기 위해 힘들게 벌크업을 했다던 나탈리 포트만 역시 암환자와 영웅, 천문학자라는 3가지 영역을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그렇게 오락영화로서의 마블시리즈의 회귀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마블이 마블한 마블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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