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 유 Aug 10. 2022

어쩌면 우리가 헤엄치는 곳은 물이 아닌 슬픔일지 몰라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읽고

스타벅스 디자이너였으며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고 있는, 80만 구독자 유튜버 이연작가는 이처럼 필모그래피를 들으면 성공한 이에 가깝다. 자기계발 에세이들에 반감이 있는 내가 이러한 작가의 첫 그림에세이집을 고민 없이 고른 것은 책이 주는 인상 때문이었다. 표지 속 그녀의 캐릭터 전구는 파란 물 위에서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작가가 분명 영상으로 다루지 못한 것들을 품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간절히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가난하고, 암울하던 27살의 일기장을 토대로 얼마 되지 않는 컷으로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화법은 그녀의 영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마치 마녀사냥으로 도리어 본업에 피해를 받고 있다 생각하는 허지웅, 곽정은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와 같은 충격이었달까. 역시 글 쓰는 사람은 글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때 비로소 온 세포에 진심이 와닿는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이연작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런저런 고난과 역경을 전 이겨내었으니, 여러분도 이겨내길 바라요'류의 위로와 감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한 얕은 위로는 상대를 향한 위로가 아닌 그저 좋은 이가 되고 싶은 이기심 또는 상황을 그저 넘기기 위해 어떤 말이라도 던져야 하는 순간적 반응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여있기 때문이다. 이연작가의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그러한 화법에서 정확히 반대 지점에 놓여있다. 자신이 겪은 고난을 있는 그대로 풀어냈으나 그 고난을 이겨내는 법을 애써 제시하지 않는다. 그녀의 캐릭터 전구는 때로는 깨지면 깨진 채로 그저 어느 날을 마감한다. 그녀가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는 어떠한 발전을 위해 하는 것이라기보다 문득 거울을 보니 내가 나를 불쌍히 여겨 별 수없이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는 것에 가깝다.


TVN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2>를 보고 나는 이런 글을 적었다. (https://brunch.co.kr/@librarianyu/187) 슬픔을 겪은 뒤 독한 술로 애써 내 하루를 망치는 것이 아닌,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일찍 씻고 침대에 누워 스스로를 다독일 때에 우린 어른이 돼간다고. 그렇게 슬픔에 수장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헤엄처 뭍으로 올라오길 애쓰는 순간들이 모여 우리는 서서히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도 알고 지금도 알게 되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