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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Oct 10. 2022

연반인이면서 직업인인 주성철의 영화이야기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를 읽고

유명 유튜브채널인 문명특급에서 MC로 활약하고 있는 재재는 자신을 연반인이라 줄곧 소개해왔다.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채널을 비롯하여 여러 방송에 출연하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녀는 분명 회사원이었다. 생각해보면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그녀와 같은 연반인들을 볼 수 있는데 주로 본업에서 영역이 확장된 이들이 그 예라 할 수 있겠. 이를테면 영화팬들이라면 애증의 프로그램인 <방구석 1열>에서 영화전문AI로 출연한 주성철기자가 그렇다.


영화팬으로서 영화전문 예능프로그램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으나 언젠가는 폐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준 영화전문 예능프로그램 <방구석 1열>에서 주성철기자는 주로 도라에몽과 로봇을 맡았다. 그 말이 무엇인고하니 <방구석 1열>에서 그는 자신의 애장품들을 주섬주섬 자랑하며 영화와 관련한 일화를 덧붙히거나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관련작품을 추천해주는 영화전문 AI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좀 더 좋아하는 이라면 그가 TV에 등장하는 연반인 1이 아닌 <씨네21>의 전 편집장으로 더욱 익숙할 것이다. 일전에 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그가 여전히 씨네 21의 '편집장'으로 소개된 일화를 보고는 <씨네21>이 영화계에서 갖는 위치와 그러한 잡지의 전 편집장이라는 직함이 그를 단번에 설명할 수있는 가장 효과적인 별명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영화평론집을 펴냈다. 그간 그가 집필한 책그의 현재를 반영하는 이었다면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는 그의 지난 행적이 응축된 것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그가 최근 개정판으로 펴낸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를 매우 괜찮게 읽은 독자이자 영화팬으로서 그의 이번 책은 마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정점이자 정리, 그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보였던 이정재감독의 <헌트>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기자라는 자신의 업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봄으로써 그를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연반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확연하려는 중요한 출사표처럼 느껴졌달까. 팬심을 섞은 지나친 비약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만, 주로 에세이를 편독해온 애서가가 느끼는 감상이라 하면 조금은 공신력이 생길 모르겠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는 사실 영화평론집의 장단점을 고루 지닌 책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배우, 감독에 대해 골라 읽으면 된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꽤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영화판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종종 실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어도 쉽게 영화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영화를 좋아하지만 지식이 부족한 나 같은 세미시네필들에겐 관심이 부족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도 꼭 읽어내고야 말겠다는 도전의식을 선사한다. 물론 이렇듯이 장점과 수반되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영화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에서 부정할 수없다. 이는 곧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작가의 견해처럼 보인다.


넷플릭스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연가>에서 주관한 북토크(https://www.netflix-salon.com/meetups/435)에서 주성철기자는 영화전문기자(영화평론가)와 글솜씨가 좋은 영화블로거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직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영화현장을 공식적으로 취재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고 자신의 견해로 생각해보았을 때에는 공신력 있는 정보를 대중에게 조금 더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전문성의 차이인 것 같다고. 사실 그 질문에서 지칭되는 글솜씨가 좋은 영화블로거가 나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였기에 그가 대답을 하기 전까지 묘하게 긴장이 되었지만, 이후 그는 좀 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영화평론가와 영화기자라는 직업으로 무려 20년이나 살아온, 심지어 첫 영화평론집을 내놓은 북토크 자리에서 무려 그는 영화평론가라는 직함에 의문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생각은 책의 작가의 말에도 잘 등장하는데, 그가 자신을 직업을 영화서비스업자라고 SNS에 소개했다는 일화는 그의 생각이 잘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의 책이 영화비평문으로 읽히기보다는 영화와의 스킨쉽정도로 생각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이 책은 그러한 작가의 집필의도가 잘 녹아있다. 어렵게 설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쉽게 설명하는 일임을 증명하듯 그의 책은 20년간 영화기자로 살아온 그의 내공이 녹아있다. 그는 마치 영화라는 대중예술에 있어 저명한 도슨트와도 같다.


아울러 북토크 이야기를 이어해 보자면, 약 10년간 한 가지 직업으로 살아온 내가 20년간 한 가지 직업으로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는 단순히 작가와 팬을 떠나 사회생활에 먼저 던져진 선배의 귀중한 말처럼 들렸다. 직업은 시대에 맞춰 개인의 역량과는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가 이미 끝낸 고민을 나는 이제와 새롭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의 답을 찾은 것 같았고, 그 답은 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는 책에서 작가의 의도가 왜 중요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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