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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Jan 30. 2023

<상견니> 팬에 의한, 팬을 위한 에필로그의 영화화

<장난스런 키스>를 시작으로 대만드라마를 한동안 보지 않았던 나에게 <상견니>는 그야말로 모든 편견을 부수는 작품이었다. 대만국민의 4분의 1이 시청했다는 현지 평가와 더불어 금종상 시상식에서 6개 수상 후보 이름에 올렸으며 국내 및 아시아 전역에서도 수많은 상친놈들을 양산한 상견니의 열풍에 나도 같이 휩싸였다. 기존의 타임슬립 드라마와는 달리 도플갱어의 몸속으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새로운 전개, 타임슬립의 매개체인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라는 곡의 중독성, 카세트테이프 등과 같은 그 시대의 풍경과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허광한이라는 매력적인 배우의 발견까지. 한 연인의 절절한 사랑에 라스트 댄스의 도입부인 '소이쨘스'만 들어도 가슴 한 편을 뭉클하게 한 명작이었다.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했던 드라마여서인지, 최근 드라마 <상견니>는 영화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쿠키영상처럼 제작된 <상견니> 에필로그의 영화화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려나. 영화 <상견니>는 팬을 위한 선물이자, 미래의 팬을 위한 마중물써 관객을 맞이한다.

버블티가게에서 자신의 동창과 꼭 닮은 황위시안(가가연)을 발견한 리쯔웨이(허광한)는 서로 호감을 쌓다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사고로 인하여 리쯔웨이를 잃은 황위시안은 우연한 계기로 과거로 돌아가게 되고, 리쯔웨이의 죽음을 막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한 황위시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둘은 시간 속에서 엇갈리고만 만다.


영화 <상견니>는 드라마 원작의 향수를 그대로 이어가 극을 전개한다. 4분가량의 영상으로 제작된 에필로그 영상을 마치 영화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영화 <상견니>는 드라마 원작을 본 이들이라면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영화 곳곳에 숨어져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팬들을 위한 영화라는 주체성에 맞게 원작을 본 이들이라면 기억할 내용을 대사로 처리하며 원작에서 미처 보지 못한 황위시완과 리쯔웨이의 연애과정을 처음부터 선사한다. 드라마에서는 다른 시간대에서 다른 이의 몸을 빌려 사랑한 이들이 영화에선 서로 자신의 몸으로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하는 장면을 이윽고 팬들이 보게 된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를 얻어 영화로 제작되는 작품들 같은 경우엔 타깃 관객층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과제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원작을 본 이들과 그렇지않은 이들을 비슷하게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만으로 관객을 이해시키기에는 원작 드라마에서 오마주 정도를 갖고 와야 하기에 원작을 감상한 기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우며, 드라마를 반드시 봐야지만 이해가 가야 하는 작품을 만들게 된다면 한 편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기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상견니>는 이러한 숙제에서 '에필로그의 영화화'라는 자신들만의 답을 찾은 듯 보였다. 팬들을 위한 영화라는 정체성으로 드라마와는 또 다른 감동을 팬들에게 안긴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화 <상견니>는 원작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부수적인 주제를 다시 꺼내기도 한다. 극 중 소외된 이들이었던 황위시완과 리쯔웨이의 도플갱어인 왕취완성과 천원루가 서로를 위로함으로써 주인공들 못지않게 팬들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들을 위한 결말을 선사기 때문이다.


더불어 영화는 팬들을 위하여 꽉 닫힌 해피엔딩을 보임으로써 어디선가 잘 살고 있기를 바라던 두 주인공들의 행복을 명명한다. 팬들이 그토록 원하던 것들, 이를테면 다시 등장한 레코드가게와 쉴 새 없이 들린 우바이의 라스트댄스, 천원루와 모쥔제의 만남 등을 영화 속에 모두 녹여냄으로써 원작의 여운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을 건넨다.


물론 이러한 영화의 명확한 방향성으로 인하여 <상견니>는 개연성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는다. '팬들을 위한 영화'라는 장점은 바꾸어 말하자면 원작을 보지 않은 채 영화 <상견니>의 독립된 작품으로는 그 한계를 명확히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본 이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장면에서의 감동을, 드라마를 보지 않은 이들은 느끼지 못한다. 또한 영화는 원작의 타임슬립 설정에 익숙한 이들도 단번에 이해하기 부족할 정도로 타임라인을 대량 생략함으로써 위기와 해결과정을 뭉뚱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상견니>를 괜찮은 영화라고 칭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영화는 독립된 작품보다는 팬들을 위한 영화로써 기능하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영화 <상견니>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는 분명할 것이다. 다만 영화 <상견니>는 기존의 팬, 미래의 팬, 사전정보 없이 이 영화를 독립된 작품으로 볼 관객으로 나누어지는 세 집단 중 기존의 팬을 위한 선물존재하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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